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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부산여행] 범어사, 모모스커피, 흰여울마을

by 마고커 2024. 5. 12.


이번 여행은 너무 무리하지 않고 슬근슬근 다니기로.

 

범어사

 

둘째날은 오전부터 범어사를 방문하기로 했다. 영화 친구의 촬영지인줄 알았는데, 그런 내용은 없구나. 이렇게 가파른데 영화 찍겠나.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와 함께 영남 3대 사찰로 불리우지만, (전날 삼광사를 봐서인지) 규모는 작은 편이다. 조사전이 있는 것과 팔상-독성-나한의 세 전각을 연이어 붙여 놓은 것도 특이하다. 보제루에서의 풍경이 좋을 것 같았는데 막아 놓아서 다소 아쉬웠다.

 

 

범어사 아래의 성보박물관은 꼭 들렸으면 하는 곳이었다. 전통사경장 오현주 작가의 '환희의정원, 전통사경으로 피어나다'전이 열리고 있는데, 전통사경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기독교의 성경 필사처럼 불경을 필사하는 것으로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이 전통사경장들의 역할이다. 단순히 옮겨적는 것이 아니라 광개토대왕비의 글자체를 연구해 이를 필사에 반영하기도 하고, 그림도 정교하게 그려넣기도 한다. 금지, 은지, 홍지 등의 방식으로 작업하고, 0.1mm 때로는 0.01mm의 정교함을 요구하기도 해서 어지간한 경지에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궁금해서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니, 김경호 전통사경장이 23년에서야 무형문화재가 되었다고. 

 

성보박물관의 범어사 괘불탱은 가섭과 아난, 관세음과 대세지보살만을 포함하여 영산회상을 그리고 있어 특이하다. 범어사는 유일하게 삼국유사를 보유한 곳인데 전시하지 않아서 다소 아쉬웠다.

 

모모스커피

 

부산을 커피의 도시로 만든 모모스커피의 영도로스터리&바에 방문했다. 아트선재에서 팝업할 때 이미 서울에서 경험(영광스럽게도 전주연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줌)했지만, 그래도 본진에 가고 싶었다. 온천장의 본점은 최근 리모델링해서 대기 시간이 1시간씩 걸린다고 하여 영도로.

 

 

블로그 평가대로 고객보다는 'showing off'를 위한 공간이긴 했지만, 어차피 혼자 간 것이어서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모모스 영도의 철학도 카페가 아닌 커피를 보여주는 데 있다고 인터뷰는 밝히고 있다. 지난번에는 게이샤 품종이라 맛있던건가 해서 일부러 가장 저렴(하지만, 8천원)한 드립인 '뉴사운드'를 요청했다. 아, 1등은 그냥 되는 게 아니구나 싶다. 명동 리브레에서 접했던 감동이 스르르 밀려온다. 모모스는 디저트로도 소문나기도 했는데, 까눌레도 매우 훌륭하다. 언제 부산에 또 가겠냐마는 갈 때마다 모모스커피는 들를 듯.

 

근처의 삼진어묵 본점을 들려서 언제 다 먹을까 만큼 어묵을 사댄건 비밀.

 

흰여울 마을

 

영도까지 온 김에 요즘 핫플로 뜨고 있다는 흰여울 문화 마을도 다녀왔다. 도시 재생을 목적으로 2015년부터 조성해서 2~3년 정도 된 듯하다. 변호인, 암수살인 등 다양한 영화의 촬영지였는데, 예술인들과 카페들을 유치하며 문화의 거리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흰여울마을은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일제 때 묘지로 조성한 곳이 인근이며, 남포동이 커지자 가난한 이들이 밀려온 곳이 이 곳이다. 고령화 등으로 마을은 쇠퇴하기 시작하자 문화거리 조성사업이 시작되었고, 너른 영도 바다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맞아 떨어져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었고, 벌써부터 폐업한 카페들이 하나 둘 눈에 띄었다. 가슴이 확 트이는 영도 바다 때문이라도 다시 가고 싶은 곳이지만, 높은 음료 가격(아메리카노가 7천원이라니..)과 임대료 문제도 부산시가 같이 해결해 나가면 더 좋은 추억을 남겨줄만한 곳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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