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 봄날 4박 5일간 나고야를 다녀왔다. 마침 날씨도 매우 좋았고, 계획한대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나고야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나고야가 속한 아이치현보다는 시골 마을들이 많은 기후현에 주로 머물렀다. 하지만, 기후현 관광객 대부분이 나고야 주부 공항을 이용하기 때문에 나고야 관광권으로 분류되고, 기후현 주민들도 주니치 드래곤스를 응원할 정도로 나고야와 동질의 감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전이 그러하듯이, 중부 지방에 속한 나고야도 노잼 도시로 불린다. 네일동 카페에서는 나고야가 왜 노잼이냐 재밌기만 하더라는 글이 종종 올라오지만, 솔직히 나고야에 3박 이상 머무른다면 노잼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듯하다. 센고쿠 시대의 패권을 차지한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모두 이 지역 출신이지만, 이들의 활약이 교토에서 이루어져서인지 웅장하거나 유서 깊은 문화재들이 적은 편이다. 그래도, 여행지로 추천된 곳들은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도심산책
오후 비행기를 이용해서 첫 날은 시내 밤 산책을 하기로. 나고야성 축조시부터 조성된 운하인 호리강은 성하마을(조카마치)의 무사들과 상인들이 물자를 나르는데 이용되었는데 나고야항까지 이어진다. 다만, 왜 만들었는지 모를 선샤인 사카에(나고야에는 무료로 야경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도쿄타워나 남산타워의 발끝에 미치지도 못할 츄부전력 미라이타워, 컨셉은 좋았으나 휴식을 취하기엔 애매했던 오아시스 21이 관광지로 소개되는 것은 다소 안타깝다.
도쿠가와엔
여행 일정상 나고야성과 도쿠가와엔 중에 한 곳만 다녀올 수 있었다. 나고야성은 천수각도 아직 공사중이고, 규모도 오사카성보다는 많이 작은 편이라고 해서 선택한 도카가와엔은 바쁜 여행(여행마저 바쁘게 다녀야 하나!) 중에 사색하며 쉬기 적당하다. 일본의 정원은 크게 지천회유식과 가레산스이 두가지('다정'까지 포함해서 세가지이지만)로 나뉘는데, 도쿠가와엔은 연못을 중심으로 자연을 어울리게 설계한 지천회유식 정원(돌, 모레, 이끼 등으로 산수를 표현한 가레산스이의 대표는 교토 료안지의 정원)이다. 예전에 다녀온 오카야마의 고라쿠엔(이바리키의 가이라쿠엔, 이시가와의 겐로쿠엔과 함께 3대정원)보다는 규모가 다소 작지만, 그만큼 관리가 잘되어 있다. 연못 주변은 그늘이 부족하지만, 옆으로 나 있는 산책로는 각종 나무와 꽃들이 많아 걷기에 적당하다. 한 편엔 모란 정원도 운영하고 있다. 나고야성과 사카에에서 살짝 떨어져서인지 관광객도 적어 한적하다. 관람료는 500엔. 근처에 도쿠가와 미술관이 있지만, 비싸고(1,600엔ㅠ) 느긋이 관람하기에 시간도 부족해서 스킵한 것이 아쉽다. 참고로, 도쿠가와 가문이 많은 예술품들을 기증했고, 우리 문화재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노리타케의 숲
나고야에서 한 곳을 가야한다면 단언코 노리타케의 숲을 추천하고 싶다. 무역상을 하던 모리무라 형제는 무려 1876년(메이지 유신이 1868년이다!)에 뉴욕 브로드웨이에 가게를 내고, 1904년에 노리타케를 창업한다. 노리타케의 숲은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된다. 노리타케 뮤지엄(500엔)을 목적하지 않고 소풍으로 오는 현지인들이 많지만, 관광객이라면 뮤지엄 방문을 추천한다. 아름다운 정원도 휴식을 취하기에 너무 아름답고, 무엇보다 도기 예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도 견학할 수 있고, 1800년대 후반 이후의 테이블웨어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 수준이 정말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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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상 오즈상점가와 오스칸논을 못 들린 것이 아쉬운데, 다른 대도시에 비해 그다지 볼 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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