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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원주여행] 뮤지엄 산

by 마고커 2023. 6. 6.


제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래전부터 관심 갖던 뮤지엄 산에 들르기로 했다. 전시보다는 역시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보기 이해서랄까. 결론적으로 뮤지엄 산은 제주도의 본태 박물관과 함께 국내에 있는 안도 다다오의 건물 중 최고였다. 참고로 뮤지엄 산은 Mountain이 아니라, 공간(Space), 예술(Art), 자연(Nature)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한솔 그룹의 종이박물관을 옮기면서 안도 다다오에 의뢰했고, 안도 다다오도 지형을 보고서는 감탄했다고 한다.

 

일요일 오후여서 주차에 살짝 애 먹었지만(생각보다 주차장이 넓으니 1주차장만 고집할 필요는 없었다), 무난히 입장. 기본 입장료가 2.2만원인데 할인이 거의 없어서 살짝 비싼편이다. 제임스터렐관, 명상관까지 합하면 4.5만원이어서 할인제도가 빈약한 것은 좀 아쉽다. 그래도 다음에 다시 온다면 두 곳 모두 포함해서 올 생각이다. 참고로, 당일 오후에 가서 구매한다면 이미 매진되었을 가능성이 꽤 있다. 1년에 두어번 동반자와 함께 간다면 15만원짜리 멤버쉽 구매도 좋을 듯하다. 1년에 무제한으로 통합권 이용이 가능하고, 동반자도 50%할인된다.

 

 

세로로 긴 형태로 박물관은 구성되어 있으며,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패랭이 꽃이다. 패랭이 꽃 뒤의 작품은 현대 건축물에 많이 쓰이는 H빔 폐기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사진으로는 잘 인지되지 못하는데 잔디 뒤로 보이는 주변 산의 능선들이 아름답다. 잔디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안도 다다오가 잘 활용하는 수변 공간이 있다. 건물 주위 3면(나머지 1면은 스톤 가든)에 해자처럼 물이 둘러싼다. 건물의 입구에서는 알렉산더 리버만의 'Archway'가 관객을 맞이한다.

 

 

뮤지엄 산은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한다. 왜 하필이면 종이박물관일까 하는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그러면서도 전시의 수준이 꽤 높다. 엄청 비싸고 중요한 작품들이 있어서가 아니라 구성이 좋다. '종이를 만나다', '종이를 품다', '종이에 뜻을 담다'의 세가지 전시로 나뉘어지는데, 종이를 만나다에서는 종이의 역사와 만드는 방법, 기계 등을 소개한다. 어렵지 않을 원리일 것 같은 데, 채륜이 종이를 발명하고 나서 서양에 전달된 것은 사마르칸트를 거쳐 천년 뒤였다. 그에 반해 고구려는 2~300년 뒤부터 종이를 활용했으니 무척 앞서 간 셈이다. 꾸란과 오래된 성서들도 있고, 영상물에서는 종이를 만드는 과정도 보여주고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두번째 종이를 품다에서는 종이가 단지 글을 적기 위한 용도만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종이로 모양을 만들어 옻칠해서 신발을 만들기도 했으며, 등갓, 그리고 베개까지 만들어서 사용했다. 전시품목들도 재밌었지만 전시 방식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공간을 어둡게하고 전시물을 큐브에 담아 아래에서 조명을 쏘아 올려서 집중하게 만들었다.

 

 

세번째 전시관에서는 종이에 그린 그림이나 글들을 보여준다. 용어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보지 못했던 것을 전시하여 관심을 끈다. 혼인할 때 주고 받았던 사주단지에는 혼수로 지참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적었고, 급제를 하면 임금은 교지를 내려서 이를 인정하였다. 서울의 지도도 종이 위에 그렸고, 윷놀이나 주사위 비슷한 놀이도 종이에 그린 말판 위에서 하였다. 

 

 

이 밖에도 백남준의 '정약용과 퀴리부인' 전시, 안도 다다오의 건축 전시 'Youth', 조각이 전시되어 있는 스톤가든도 인상적이다. 안도 다다오는 한반도의 9개 지역(북한 포함)을 스톤 가든에 돌무덤으로 표현한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에는 거의(마곡 엘지아트센터 포함) 안도 다다오 관련한 전시가 이루어지지만, 뮤지엄 산에서 가장 충실히 설명한다.

 

아래부터는 뮤지엄 산의 뷰리풀 스팟들~

 

 

 

몇번이고 다시 가고 싶은 건축과 자연, 그리고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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