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까지 전시여서 못보게 될 줄 알았는데,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 예약 사이트 들어가보니 11시 한명이 취소했다. 낼름 예약해서 방문.
사실 이중섭을 잘 몰랐다. 제주, 통영에 이중섭거리가 있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 그림이 있었다는 정도였다. 당시 다른 예술가들처럼 기괴함, 객기, 이런 것들로 혹시 유명한 건 아닐까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전시를 보고 싶어했다니..
이번 전시는 이건희씨가 기증한 90점과 현대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던 10점을 포함하여 100점이 전시되었다. 대부분이 아이들과 게와 새와 물고기의 그림들이다. 일본에서 만난 야마모토 마사코와 평생 결혼 관계를 유지했는데, 이번 전시에는 결혼 전 그려 보낸 그림 엽서와 한국 전쟁 중에 일본에 돌아가 있던 마사코에게 보낸 편지화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중섭은 참으로 놀랍게도 그 참흑 속에서 그림을 그려서 남겼다.
판자집 골방에 시루의 콩나물처럼 끼어 살면서도 그렸고,
부두에서 짐을 부리다 쉬는 참에도 그렸고,
다방 한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도 그렸고, 대포집 목로판에서도 그렸고,
캔버스나 스케치북이 없으니 합판이나 맨종이, 담뱃값 은지에다 그렸고,
물감과 붓이 없으니 연필이나 못으로 그렸고,
잘 곳과 먹을 것이 없어도 그렸고, 외로워도 슬퍼도 그렸고,
부산, 제주도, 통영, 진주, 대구, 서울 등을 표랑진전하면서도 그저 그리고 또 그렸다.
- 구상, '이중섭의 인품과 예술', '대향 이중섭', 한국문학사, 1979년 4월, 141쪽
정릉에서 은지에 송곳으로 그렸다는 아이들을 보고 울컥하는 마음이었다.
'남쪽에서 온 덕 많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아내 마사코에게 남덕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이중섭. 작년에 돌아가신 마사코 여사는 비록 남편과 이른 나이에 사별했지만 아고리(이중섭)에게 사랑받은 자신과 두 아들은 행복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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