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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 국립중앙박물관

by 마고커 2023. 10. 21.


22년 여름부터 중앙박물관에서는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대여받은 66개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메소포타미아 전반에 관해서라기보다는 최초의 문자('쐐기문자') 태생지로써 조명을 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 현재 전시

국립중앙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메소포타미아실’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개최   ○ 전 시 명: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전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 기 간:

www.museum.go.kr

 

우선 메소포타미아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크게 기원전 3,500~600년까지의 시기를 말하는데, 크게 최초의 도시국가인 우르(~BC 3,100), 최초의 통일제국 아카드(BC 2,350~BC2,170), 강력한 군사력의 아슈르(아시리아, BC 911~BC 609), 유대국가를 복속시켰던 신바빌로니아(BC 620~539) 정도만 기억해두고, 그 사이에 여러 도시국가들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의 이라크를 중심으로, 이란의 서부, 시리아의 동부, 터키의 남부에 형성되었고, 이는 이집트 북부와 레반트(이스라엘, 레바논)를 포함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의 일부분이었다. 

 

 

지금의 이라크와 중동 지역은 건조한 사막 기후지만, 고대의 유프라테스, 티그리스강 유역은 초원지대도 존재했다. 따라서, 초식동물과 이들을 먹고 사는 사자와 같은 육식동물이 존재했지만, 현재는 기후위기와 오래 지속된 관개농업으로 초원지대는 사라졌고 사자도 찾아볼 수 없다. 메소포타미아 기록에는 사자와 소가 많이 나타나는데 현재 관점에서는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최초의 기록 문자를 '쐐기문자'라고 부른다. 그런가보다 하고 수십년이 지났는데, 도대체 '쐐기'가 뭐지? 쐐기는 아래와 같이 비스듬하게 깎아서 운반을 편하게 하기 위한 도구라고 한다. 비스듬하게 새겨 넣은 모양이 쐐기와 같아 '쐐기 문자'라고 불리운다. 영어로는 'cuneiform' 이라고 한다. 최초의 기록은 회계에 관한 것이라는 것으로 비추어볼 때, 문자는 형이상학보다는 실용에 의해 탄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물론 실용적 목적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고대인들의 고민도 현대인과 다르지 않기에 메소포타미아 기록이 소중하다고 말한다. 그 고민은 바로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의 실존과 세상과의 관계를 고민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라고 한다. 

 

 

당연하게도 기록은 문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아나 청동, 대리석 등으로 원통형 인장을 만들고 이를 점토에 찍어 기록으로 남기곤 했다. 원통형 인장은 기록 외에도 일종의 '도장' 같은 기능도 수행했다고 한다. 

 

 

예술의 기본 속성 중 하나는 '기록'이다. 군주를 향한 동경 혹은 군주의 지시로 조각상을 남겼는데, 실제 외모와는 달리 큰 눈과 오똑한 콧날 등 강인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해서, 따로 기록되지 않으면 누구의 두상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고대 바빌론 성곽도시로 향하는 '행렬의 길'과 화려한 성문인 이쉬타르(인안나) 문을 장식한 사자 벽돌 패널이지 않을까. 힘빠진 오스만으로부터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열강들이 거의 뺏다시피 가져간 것이라는데, 이라크는 바빌론 성곽도시를 복원할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상태다. 넓이가 2미터 이상으로 보이는 큰 벽돌 패널 120개로 장식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거대했는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작품수는 많지 않지만, 기록이라는 주제를 잘 엮어내었다. 여담으로 서양인들이 19세기 말에 메소포타미아에 열광했던 이유는 성경의 진실을 찾고 싶었던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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