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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스러기

[어나더 라운드] 덴마크의 음주, 덴마크의 고등학교 졸업 문화

by 마고커 2022. 8. 8.


포스터만 보면, 음주로 인한 가정 파괴, 뭐 이런 내용일 줄 알았는데 완전히 예상을 빗나간 영화. ㅋㅋ 오히려 불화가 심했던 가정이 적당한 음주를 통해 화목(?)해 지기도 하고, 선생님들 수업 질이 높아진다고 ㅎㅎ

 

 

인생에 다른 사람을 들이기 어려워졌던 마르틴과 친구(모두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우리 혈액에는 알코올 농도가 0.05를 유지되어야 한다'는 이론을 받아들이면서, 약간의 알코올을 섭취하고 수업에 임한다. 아마, 각자의 최적 알코올 농도는 다를 거라는 가설도 세우면서(ㅎ), 조금씩 농도를 높여가기도. 최대치 알코올을 실험하다가, 체육교사인 톰뮈가 발각되고 학교에서 쫓겨난다. 결국 톰뮈는 바다로 나가고..

 

여기서 마르틴과 남은 친구들이 각성할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톰뮈의 장례식 후에, 이렇게 얘기한다. "만약, 톰뮈라면 지금 무엇을 할까?"

 

내 평점: ★★★★

 

덴마크의 음주

 

영화는 고등학생들이 음주 후에 맥주를 박스채 들고 호수를 한바퀴 도는 경주로부터 시작한다. 이런 거 안 혼나나 싶지만, 안 혼난다. 16세 이상이면 3.5% 이하의 술을 구매할 수 있다. 마르틴이 대회 참가하는 사람 손 들어 보라 할 때 모두가 손을 올린다. 무리한 음주는 사회 생활을 어렵게 하지만, 통제 가능한 수준의 음주는 인생을 축제로 만들어준다는 논리라고나 할까. 하지만,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자는 통제 가능한 수준의 음주를 즐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덴마크의 음주는 북유럽 최고 수준이다. 허구헛날 술을 마시는 것 같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음주 수준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 아, 드디어 나쁜걸로 OECD 1등 안하는 항목이 있다. 덴마크인들은 지금은 많이 내려가서 10위 밖이지만, 2007년에는 연간 12.1리터를 마시며 선두권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OECD 알콜 섭취 평균은 약 9리터. 포도주를 연간 100병 마셔야 하는 분량이라고 ㄷ ㄷ. 

 

<OECD 국가 음주량 통계. 통계청>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주(15~17도), 맥주(4~5도)와 같은 저알콜(?) 술을 마시는 데 반해, 날씨가 추운 북유럽이나 러시아 사람들은 45도 이상의 술을 자주 마신다. 통계의 왜곡이 섞여 있긴하지만, 우리를 술꾼 나라로 자부(?)하지 말자. 더 신기한건 튀르키예 사람들은 연간 고작 1.3리터의 알코올을 마신다고 한다. 아.. 무슬림들이었지.. 

 

같은 지역, 같은 문화권이지만 스웨덴, 핀란드의 순위는 우리보다도 아래다. 술을 즐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마셔서 술의 소매 유통망을 국가가 운영하면서, 평일은 저녁 7시, 토요일은 3시 이후에 술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금요일 저녁에는 술을 파는 시스템볼라겟(systembolaget)에 술 사는 사람으로 넘쳐난다고.. 금요일 저녁이면, 덴마크로 차 몰고 가서 주말 내내 술마시다 오는 사람들도 많고.. 특이한건, 야외에서 음주는 법으로 금주되어 있다(한강맥주 어쩔). 아이슬란드도 마찬가지고, 국가가 너무 통제하니 몰래 술마시는 통계가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산하는 것일 일반적인 예상. 북유럽 중에서 덴마크가 국민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이유도 음주 때문이라는 예상. 

 

덴마크의 고등학교 졸업 문화

 

영화 마지막 부분에, 마르틴과 친구들이 졸업생들과 어울리는데 고등학생들의 복장이 특이하다.

 

 

스트덴트후(studenterhue)라고 불리는 하얀 선원 모자를 쓰고, 부모님들이 마련해준 트럭을 타고 일주일간 시내를 돌아다닌다. 시내의 차들은 경적을 울려 이들을 축하해 주고, 대놓고 흡연과 음주를 즐긴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을 들고 그들을 기다리기도 하는데, 이제 너희들이 다 컸으니, 선원처럼 세상 밖으로 나아가 항해하라는 의미가 졸업식 문화에 내포되어 있다고. 

 

덴마크인들은 잘난척 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고 한다. 평생 무료 교육임에도 30% 수준의 대학 진학율 때문인지, 대학 졸업은 이렇게 뻑쩍지근하게 축하하지 않는다. 즉, 잘난 척하는 것은 고등학교 때까지 끝내라는 의미다. 부연하자면, 대학에 합격한다고 해도 바로 공부하지 않는다. 85%이상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갭이어를 갖고 자신의 꿈들을 다시 새겨보는 시간을 보낸다. 아직, 아이 같기만한 우리 졸업생들에 비해, 꽤 부러운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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