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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스러기

[퍼스트카우] 오레곤주, 비버, 중국인의 미국이민

by 마고커 2022. 5. 6.


새는 둥지에, 거미는 거미줄에, 인간은 우정에
- 윌리엄 블레이크

한 여성과 함께 하던 개가 땅속에서 두개골 하나를 발견한다. 여성이 주위를 파 보니, 한 명이 아니라 두명. 영화는 다시 여성에게 돌아오지 않고, 그 두명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마치, 그 두명의 이야기가 여성의 상상이라는 듯이. 

 

 

피상적으로는 중국인 킹루와 유대인 쿠키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 조금 더 들어가면 (어차피 내 상상이지만) 땅의 주인 혹은 그 땅에 새로 살게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백인들의 땅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영황에서만큼은 그 단호한 정의를 거부한다. 팩터 대장으로 비견되는 백인들은 그 땅에 뿌리 내리기보다 항상 런던과 비교를 해야 하는 존재다. 쿠키의 '쿠키'에서 사우스켄싱턴의 빵집을 연상할 수 밖에 없는. 

 

그곳에는 오히려 주인이 될 수 있는 다른 이들이 있다. 땅을 떠날 수 없어 백인과 함께 사는 인디언(팩터 대장의 아내와 호위원들), 너무 오래되어 새로울 것이 없는 유대인(쿠키), 그리고, 기회가 널려 있다고 생각하는 중국인(킹루). 계속 차별받아온 그들은 고향과 비교하기보다 그 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오레곤주

 

영화에서는 오레곤을 '주'라고 하지 않고 '준주'라고 이야기한다. 러시아인들에 쫓기던 킹루의 이야기를 떠올리자면, 왜 갑자기 '러시아'지라는 생각이든다. 영화의 배경이 된 1820년대에 오레곤은 아직 미국이 아니었다. 알래스카는 러시아의 소유였고, 캘리포니아는 스페인의 세력 안에 있었다(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산호세..). 러시아, 스페인의 합의에 의해 오레곤 지역에서 양국은 물러났지만, 영국과 미국은 이 합의에 동조하지 않고 남게 된다. 영화에서도 쫓기던 킹루가 러시아인들이 물러나며 자유를 얻은 것처럼. 미국인들도 1810년대에 처음 정착하기 시작했으니, 실로 지배세력이라고 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비버

 

지역은 다르지만, 영화 '레버넌트'와 시대를 공유한다. 레버넌트에서 비버 무역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인디언들이 비버를 잡아다가 유럽인들에게 넘긴다. '퍼스트카우'에서는 조금 이르지만 비버의 유행이 지나고 있다고 말한다. 1500년대부터 비버의 가죽은 서유럽에서 무척 인기였다. 사실, 가죽 이외에도 고기도 먹었고, 무엇보다 교미할 때가 되면 발생하는 향은 향수의 좋은 재료로 쓰였다. 1600년대 잠깐 인기를 잃었지만, 그 뒤에는 다시 비버 가죽을 애용하였다. 유럽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러시아, 시베리아의 비버를 잡아들였고, 사냥꾼들이 휩쓸어간 자리에는 다시 비버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북아메리카에까지 손을 뻗쳤고, 비버를 신성시하던 인디언들은 이제는 무작위로 잡아들이며 필요한 물건들과 교환했다. 연평균 26만마리를 잡아들여 고사직전까지 갔지만, 다행히 1850년대 유행이 지나가며 지금은 다시 번성하고 있다. 

 

중국인의 미국이민

 

중국인이 북아메리카에 일찍 정착한 것은 잘 상상이 안되지만, 일본인이나 한국인보다 더 빠르게 북아메리카에 진출했다. 사실 중국인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운 것이,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에서 교역하던 주요 상인들이 중국인들이었던 것이다. 이들 외에도 중국 남부 해안가, 즉 광동지역에서 하층민(쿨리)들을 대거 납치해 서구인들은 북아메리카의 노동력을 충당했다. 영화에서 킹루는 북중국인으로 묘사되지만, 광둥과의 무역을 이해하는 인물로 나타나는 것도 이때문이다. 반면, 북아메리카에 이주한 중국인 중에서도 소수에 속하고 있어, 오히려 이 땅을 기회로 여길 수도 있다(중국인들은 하와이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남성들이 이주 당했으나, 여성을 이주시키며 인구가 급증한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에서 뉴욕으로 옮겨갔는데, 중국인들의 유입으로 처우가 낮아진다고 생각되자, 미국은 중국인의 이민에 의한 국적취득을 금지시킨다(1882년). 대체로 중국인과 백인의 결혼은 금지되었지만, 백인 중에서도 처우가 낮았던 아일랜드인들과의 혼인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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