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다이애너 스펜서와 테레사 수녀가 사망하자, 세상은 연인과 어머니를 잃었다고 말했다. 찰스 왕세자와의 이혼은 1996년이었지만, 영화는 다이애너 스펜서가 왕가와 거리를 둔 1991년 크리스마스의 샌드링엄하우스(한 때, 엘리자베스2세가 살기도 했지만 별장처럼 지낸다)를 다룬다.
포스터가 영화의 전부를 말해주는 듯하다. 매식사, 외출, 행사마다 지정된 옷이 있고, 파파라치 때문에 창문의 커튼도 열지 못한다. 그녀의 탈출구는 어린 윌리엄과 해리, 그리고 의상 담당 매기 뿐이다. 게다가, 찰스 왕세자는 카밀라 파커 보울스와 바람 피고 있다는 소문도. 카밀라는 찰스의 연인이었는데, 군대가면서 이별통보도 하지 않고 헤어졌다가, 결혼 후 다시 만났다고.. 카밀라도 이미 결혼한 상태여서 쌍불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다이애너는 박싱데이를 지나며 그의 삶을 찾는다. 두 아들과의 KFC 데이트를 시작으로.
내 평점: ★★★★
샤넬과 다이애너 스펜서,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
경호원과 기사도 없이 혼자 운전하던 스펜서가 차에서 내릴 때, '앗, 저 가방?'하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누가봐도 샤넬백을 매고 있다. 작은아씨들과 안나카레니나로 아카데미 의상상을 두번이나 받은 재클린 듀런이 의상을 맡았지만, 정확히는 칼라거펠트를 재현해 냈다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포스터의 드레스도 라거펠트의 디자인이었고, 시작에서의 강렬한 빨간 트위드 코트도 1988년 샤넬 콜렉션이라고.
하지만, 의상만으로 스펜서가 되지는 못했을 터.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외모와 억양, 동작까지도 다이애너에 빙의되었다는 평을 들으면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오른다.
앤 불린
영화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스펜서가 책 속의 앤불린과 자신을 일체화하려는 듯 보이는 것이다. 앤 불린은 바람둥이로 유명한 헨리8세의 후처였다가, 아들을 못 낳자(앤이 아닌 헨리8세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정설), 다시 헨리8세에 버려져 참수형을 당하게 된다. 스펜서가 왕가에 휘둘렸다면, 앤 불린은 헨리8세의 하룻밤 상대가 되기보다는 왕비가 되기 위해, 헨리8세와 캐서린과의 결혼을 무효화하려 노력했다. 제인 시모어와 또 다시 바람을 핀 헨리 8세가 찰스와 겹쳐 보이는 정도이지 않을까.
'영화의 부스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인의 삶] 울리히 뮈에, 슈타지 (963) | 2022.08.08 |
---|---|
[어나더 라운드] 덴마크의 음주, 덴마크의 고등학교 졸업 문화 (984) | 2022.08.08 |
[프레지던트, 바이스] 딕체니, 조지 W 부시, 이라크전쟁 (0) | 2022.06.06 |
[퍼스트카우] 오레곤주, 비버, 중국인의 미국이민 (0) | 2022.05.06 |
[오자크] 미주리, 쇼러너, 제이슨 베이트먼 (1001) | 2022.05.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