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의 부스러기

[타인의 삶] 울리히 뮈에, 슈타지

by 마고커 2022. 8. 8.


10여년전 보았던 '타인의 삶'을 다시 보았다. 그때도 인생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최고중의 하나로 남을 듯하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당시는 내가 좀 더 젊어서(?)였는지, 게오르그와 크리스타에 감화된 비즐러로만 기억을 남겼는데, 더 많은 층위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아니면, 내 기억력 때문이겠지 ㅠ).

 

<국내보다 독일어 포스터가 훨씬 인상깊어서..>

 

10만명의 비밀경찰과 20만명의 스파이를 보유했다는 동독의 국가보위부(STASI, 슈타지) 소속 중령 비즐러는 연인인 극작가 게오르만과 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경찰대학의 교수까지 지냈던 그는 고문기술자이자, 능력(?)있는 실무자였다. 감시도중, 이 명령의 배경에 문화부장관인 헴프가 크리스타를 차지하려는 야심이 숨어있음을 발견했고, 게오르그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에 감동하며 오히려 이들을 보호한다. 

 

배우의 삶을 지속하고 싶었던 크리스타는 헴프와 타협할 수 밖에 없었고, 비즐러는 이 선택마저 지키려 노력한다. 

 

내 평점: ★★★★

 

울리히 뮈에

 

동기인 그루비츠가 상관으로 있는 이유도, 절대적 이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까. 비즐러는 경찰대학에서 고문과 심리를 가르치는 교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를 듣고 울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주연 울리히 뮈에는 비즐러의 이면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려준다. 

 

울리히 뮈에는 크리스타와 마찬가지로 동독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했었고, 통일 후에 영화를 찍게 되었다. 몇몇 작품에서 인상을 주었지만, 그에게 독일 아카데미 주연배우상과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앉겼던 '타인의 삶'을 찍고 얼마뒤, 54세의 나이에 암으로 사망한다. 놀랍게도 슈타지의 문서에서 전처가 슈타지로 뮈에와 동료배우들을 감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슈타지(STASI)

 

Staats(국가)와 Sicherheit(안전)을 합성한 말로, 동독의 국가보위부를 말한다. KGB, FBI와 같은 첩보단체라고 보면된다. KGB 꼬붕처럼 일했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감시체계를 보면 놀라울 뿐이다. 

 

<첩보기관의 인구대비비율, 출처: 나무위키>

 

KGB나 게슈타포 대비 30배가 넘는 감시망을 보유하고 인민들을 감시해 왔다는 이야기다. 대충 20층 아파트 라인마다 1명 정도는 감시자 정도라고 보면 될까. 인원만 많았던 것이 아니라, 추적 방식도 치밀하다.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심문중에 체포된 사람의 손을 엉덩이 밑에 대게 해서 냄새를 배게 하고, 추적할 일이 생기면 군견을 통해 잡았다고.

 

대담하긴 또 얼마나 대담했던지, 빌리브란트 서독 총리의 총비서(귄터 기욤)는 슈타지가 보낸 간첩이었고, 동독의 침투를 방어하는 연방헌법수호청의 간부(클라우스 쿠론) 또한 슈타지였을 정도. 

 

영화에서도 나온 연방국가안전물기록보관소의 문서들로 전혀 의외의 사람들이 슈타지였음도 밝혀졌다. 무려 동독 체제를 무너뜨리려 했던 동독 기민당 당수 메지에르조차 슈타지였고, 피겨스타 카트리나비트도 곤욕을 치렀을 정도. 하지만, 우리 친일파들과 같이, (너무 많기도 했지만) 시대적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친일파와는 다르게) 인권탄압을 일삼던 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묻어주는 분위기라고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