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케이프에서 숙박한 후 마침, 건축탐구 집에서 건축가 조병수씨의 지평집을 소개해 주었다. 방송 전에도 이미 유명한 곳이었는지, 4개월 전부터 시작되는 예약은 늘 하루이틀을 넘기지 않고 만실된다. 1월 휴가 기간을 미리잡고 9월달에 맞추어 간신히 예약을 성공했는데, 그마저도 자쿠지가 있는 방은 경쟁이 치열해 1분을 넘기지 않고 예약이 끝났다(지금은 4, 5월의 예약을 받고 있고, 의외로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시도해보아도 좋을 듯 하다).
조병수 건축가의 집에 대한 생각은 땅으로부터 나온다. 묵묵한 존재감을 뿜으며 생명을 잉태하는 땅에서 하늘과 바람과 구름의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노출콘클리트의 묵직함을 갖고 있는 사우스케이프 객실동조차도 지평집이나 다른 건축가의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오히려 땅 밖으로 솟아오른 느낌이다.
숙박객들만 이용하는 카페는 실상 아침식사와 체크인/아웃 시간을 제외하면 그다지 이용하게 되진 않는다. 방에서도 자연과 접할 수 있기 때문이지만, 건축가는 객실을 높이지 않고 비스듬한 경사면 위에 그대로 건물들을 얹어 놓아 경사면의 상단부의 위치한 카페에서도 뷰가 가려지는 일은 없다(유리창 깨진거 아닌데 하필 나무가지가 저기 있는 겁니다).
블로그에서 객실에 대한 반응은 사진처럼 좁지 않다라는 것인데, 스피커와 냉장고, 그리고 킹사이즈 침대 밖에 없지만 확실히 작지 않다. 층고를 높여 개방감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흔한 그림 하나 걸지 않아 복잡한 느낌을 최소화했다. 물론 통창을 통해 눈 앞에서 자연과 바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객실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것이란, 바다보고 음악보고 책 읽는 정도가 전부이지만, 지루하기는 커녕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며 초조함까지 느낄 지경이었다.
노출 콘크리트를 주재료로 하되, 재료의 갈라짐 등은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두었다. 지저분하지 않고 오히려 운치가 느껴지며, 어지간한 집의 노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듯 하다. 2012년에 지어져 10년쯤 되가는 공간임에도 낡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지평집에서 걸어나가 식사할만한 곳은 없다. 부녀횟집이라고 10분 정도 걸어나가면 되긴하지만, 겨울이라 춥기도 하고 도착했던 수요일에는 마침 문을 닫는다. 지평집에서 문자로 알려준 어부횟집은 네이버 평점도 높고 블로거들의 이야기도 호의적인데다가 마침 배달까지 가능했다. 반찬들도 몇가지 주지만, 오로지 횟감만으로 승부하는 곳인듯 하다. 쌈만 더 달라고 하면 될듯하다. 아침식사는 지평집에서 거제 유명 가게의 샌드위치로 대접해 준다. 꽤 괜찮은 맛이어서 살짝 놀란다. 커피는 쏘쏘..
거제까지 5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하룻밤 자는 것은 너무 아쉬워서 예약할 때 연박을 신청했다(연박은 2만원 할인을 해 주고, 화이트화인을 제공해 주는 듯). 둘째날 점심때까지 바다보며 책보며 비비적 거리다 점심먹으러 나갔다가 해가 진 후에 돌아온 것을 제외하고는 내내 숙소에 머물렀다. 아마 한참 뒤의 일이 될 것 같지만, 다시 오게 된다면 숙박비 고민은 살짝 접어두고 4, 5박쯤은 머물고 싶은 숙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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