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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남도여행] 벙커 카페, 무위사, 백운옥판차

by 마고커 2021. 8. 8.


2박 3일 동안 한옥마을에만 있을 수는 없는 일. 강진에는 다산초당이나 영랑생가, 남미륵사 등 무수한 문화 유적지가 있지만, 이번 여행은 그저 무위도식하는 것이 테마. 남도까지 왔으니 바다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우선 남쪽으로 향했다. 바다에서 헤엄치기도 그렇고 해서 카페나 가자고 했는데, 검색하면 먼저 나오는 분홍나루 카페는 연말까지 문을 닫았다. 좀 더 남쪽으로 마량항까지 갔다. 2005년 개발사업으로 매년 10월이면 마량항 축제를 한다는데 여름 바다는 그다지 큰 특색은 없어 보였다. 

그나마 마량항의 벙커카페는 좋은 전망으로 인기가 많았다. 들어갔을 때는 종업원들이 중국음식을 시켜 먹고 있을 정도로 한산했는데 곧바로 모든 자리가 찼다. 사진속의 포토스팟은 다들 신기하고 예뻐서 한번씩 앉아 사진을 찍는데, 부끄러워서인지 계속 앉아 있지는 않더라. 지방 카페치고 크로플이 살짝 비쌌으나 가격만큼은 맛있었다. 한양으로 진상할 물건들을 실어 나르던 마량항. 한낮보다는 해질녘 노을이 아름답다고 한다. 최근 수해로 전복 양식이 큰 피해를 받았다고 하니, 강진에 가면 마량항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음식도 많이 팔아주고 오자. 

 

이틀 간의 한옥마을을 마치고 인근의 무위사와 백운옥판차에 들렀다.

 

무위사는 유홍준씨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나오는 명사찰인데, 단청을 칠하지 않아 분위기는 언뜻 영주 부석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시기적으로, 그리고 형식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둘다 아미타불을 모신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이쯤에서 절 방문을 할 때마다 헷갈리는 부처와 보전들의 이름을 정리해 보자. 정확한 것은 각자 찾아보고 대충의 흐름만 본다. 일단 부처는 비로자나불, 아미타불, 석가여래, 약사여래만 기억하면 된다. 비로자나불은 기독교의 하나님 같은 존재라고 보면 된다. 만물의 근원이며, 법 자체다. 삼라만상은 모두 비로자나불의 현신이라고 보면 된다. 힌두교의 비슈누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아미타불은 서방정토, 즉 극락을 관할하는 부처다. 더 이상 윤회에 빠지지 않는 것이 불교 수행의 목표를 달성하면 이제 아미타불이 관할하는 극락에 왕생하는 것이다. 석가여래는 사바세계를 관할한다. 잘 알고 있는 부처이므로 스킵. 그리고 약사여래는 앞의 세 부처보다 존재감이 약한데, 이름답게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대충 맞을까. 앞의 네 부처 외에 미륵불도 알면 좋은데, 일종의 신의 재림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될 듯 하다. 석가모니가 열반한 뒤, 미래(무려 56억 7천만년 뒤)에서 온다고 알려져 있다. 도솔천에서 중생을 교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도 사찰의 철학에 따라 모시는 부처가 달라질 것 같은데, 아직 거기까지 찾아보지는 못했다. 다만 부처에 따라 보전과 협시하고 있는 보살의 대응관계가 달라진다. 비로자나불은 대적광전 혹은 보광전에 모셔지며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옆에 있다. 석가여래는 대웅전에 모셔지고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협시되고, 약사여래는 약사전에 일광보살, 월광보살과 모셔진다. 오늘의 주인공 아미타불은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혹은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과 함께, 극락보전 또는 무량수전에 모셔진다. 관세음보살, 대세지보살, 지장보살, 모두 중생 구제라는 같은 목적을 다른 수단으로 달성하는 보살로 보면 큰 무리가 없을 듯 하다(이 무슨 경영전략같은 말투인가).

 

무위사의 극락보전에는 국보가 두 개 있다. 극락보전 자체도 국보이고, 아미타삼존여래 후불화도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후불화 앞의 삼존여래상은 보물). 아래 사진은 찍을 수 없고 문화재청 홈페이지(좀 잘 찍지)에서 가져왔는데, 훼손이 심해지고 있어서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총 29개의 벽화중 28개는 떼어서 따로 문화전시관에서 보존하고 있으나, 국보인 아미타삼존여래 후불화는 사실 벽화가 아니라 앞뒤 모두 그림이자 기둥역할을 하고 있어 옮기지 못했다고. 극락전 뒤에 대웅전을 새로 짓고 있는데, 완성되면 그곳으로 옮기고 극락보전은 대대적인 보수에 들어간다고 한다. 1년 뒤면 최소 5년 동안은 후불화를 보지 못할테니 그림을 보고 싶다면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무위사에 가봐야한다. 이런 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는데, 이 또한 한옥스테이 주인장분들께서 무위사 가보라고 권유하지 않으셨다면 기회를 놓칠뻔.

<출처: 문화재청. 이게 최선입니까?>

 

무위사를 나와 차로 조금 내려오면 우리나라 최초의 녹차 브랜드 백운옥판차를 만날 수 있다. 1890년대 이한영이 월출산 옥판봉 아래의 야생차로 만든 최초의 차 브랜드인데, 월출산 국립공원 지정으로 야생차 채취가 금지되어 명맥이 잠시 끊긴 틈을 타 오설록이 판권을 가져갔다. 이한영의 후손인 이현정씨가 오랜 소송 끝에 백운옥판차의 권한을 가져오고(다행히 오설록이 백운옥판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아서 가능했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6개 밖에 안들어 있는 떡차를 무려 4만원에 팔고 있지만, 틴케이스 디자인이 좋아서 하나 샀다. 물론 차 공간 안에서 마시는 차는 한잔에 6~7천원 정도로 평범하다. 떡차 하나로 몇번이고 우려 먹을 수 있으므로, 손님 초대했을 때 내 놓으면 좋을 듯. 개인적으로는 초딩입맛이라 카페에서 먹은 녹차빙수가 더 좋긴하다. 

 

이렇게 강진 여행을 마무리. 아 벌써 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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