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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남도여행] 강진 달빛 한옥 마을

by 마고커 2021. 8. 8.


화순 운주사 여행을 알차게 마친 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강진으로. 정약용이 유배되어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을 쓴 곳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강진 달빛 한옥 마을에서 동네 구경하며 편히 쉬기로 했다. 도착전에 강진에서 유명하다는 설성식당을 들렸다. 

허름한 곳인데 브레이크타임 직전에 가도 30분 웨이팅은 기본이다. 돼지연탄구이 거리가 있을만큼 강진 병영면은 연탄구이로 유명한데, 그 중 설성식당과 수인관이 유명하다. 만원에 상다리 뿌러질만큼 많은 음식이 나오지만, 와 맛있다 정도는 아니고 여러 반찬을 맛본다 정도의 느낌인듯. 개인적으로 30분 웨이팅할만큼은 아니다 싶다. 한옥마을에서 이 경험을 이야기하니,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비교적 깔끔한 수인관이 더 맞을거라고 한다. 다음에 강진에 들른다면 수인관으로 가야지.

 

수인관에서 2~30분 정도만 차타고 가면 강진달빛 한옥마을이다. 2007년에 마을 공모를 시작했고 2013년 7월에 처음 문을 열었다. 30가구 밖에 되지 않지만, 입주민의 80%가 외지에서 온 분들이고, 각자의 취향대로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분양조건이 한옥을 짓는 것이다). 다른 집을 짓는 것보다 3배의 건축비가 들지만, 강진의 토지비용이 낮았고 주변의 경치가 너무나도 수려해 분양과 조성이 금세 되었다고. 지금도 방문하는 체험 고객 상당수(우리를 포함해서)가 이 곳에 집을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고 한다. 이제 더 이상을 집을 지을 수는 없고, 매매만 가능한데, 워낙 취향에 맞춰 집을 지으셨고 13년 이래로 매매는 사실 없다. 머물렀던 곳의 주인분께서는 옆의 구옥단지를 매매해 개량 혹은 신축하거나 월하리쪽도 풍경이 좋으니 알아보라고 권하신다. 

 

도착하면 어느 집이나 웰컴 드링크를 주신다(첫집 별유풍경에서는 직접재배한 블루베리로 요거트도 만들어주셨는데 사진을 못찾겠음). 고작 10~12만원에 두명이 머무는 데도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나 싶은데, 이것은 그저 서막에 불과하다. 한옥마을로 이사오신 분들이 대체로 연금생활자셔서 경제적으로는 그리 궁핍하지 않으시다. 다만, 강진에서 푸소(FUSO: Feeling Up Stress Out) 사업을 하는데 참여하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강진을 알리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데 보람을 느끼고 계신다. 나름 최선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지만, 가끔 사진속의 식사와 다르다며 군청에 항의하는 손님들도 있어 스트레스 받으실 때도 있다고.. 어디가서 이런 숙소에 아침까지 먹으면서 지낼 수 있다고.. 이 글 보시는 분들은 호스트께서 예의로 대해주시는 만큼 예의로 답해주었으면 한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동네 산책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힐링이 된다. 다들 열심히 정원을 가꾸시고, 집을 엄청 아끼신다. 30가구뿐이어서 그리 번잡하지 않고 뒤로는 월출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지루하지 않다. 동네 산책하다 지루하면 근처 다원까지 나가면 또 딴 세상이다.

 

10~20분 걸어나가면 강진다원이 나온다(더우니 차타고 갔다). 보성이 녹차로 유명하지만, 실상 강진 다원이 가장 큰 녹차 재배단지다. 대기업인 오설록과 이 지역 오리지널인 백운옥판차의 차밭이 있다. 차밭의 옆쪽으로 큰 대나무 숲이 나 있고, 그 길로 조금 더 들어가면 이담로 선생이 조성한 별서정원인 '백운동정원'이 나온다. 별서정원은 선비들이 속세를 멀리하며 머물기 위해 만든 곳을 의미하는데 백운동 정원은 양산보가 조성한 담양의 소쇄원, 윤선도가 만든 완도의 부용정원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불린다. 이담로의 6대손이 정약용의 제자였던 이시헌이고, 이시헌에게 차를 배운 이흠에게 차를 배운 이한영이 우리나라 최초로 녹차를 상업화했다. 흥미로운 건 백운동도 이담로의 후손이 백운동주로 있고, 백운동판차도 이한영의 고조손녀가 여전히 운영하고 있다. 

 

가운데 사진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이 곳이 지옥인가 싶을 정도로 명암이 뒤바뀐다. 백운동 정원에 비추던 햇살은 온데 간데 없고 원림에 둘러쌓인 계곡은 새까맣다. 지옥이라 불릴 이유는 또 하나 있는데, 모기들의 천국이다. ㅠ 여름에는 왠만하면 계곡으로 가는 길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 물론 계곡물은 엄청 시원하고 맑다. 백운동 정원이 너무 아름다워서, 다음날 아침도 방문했다. 

 

한옥집 실내 시설도 한번 보여주어야 할 것 같아서. 사진을 좀 잘 못 찍어서 어두컴컴하게 나왔다. 실상은 상당히 환하고 아늑하다. 한옥이라고 하면 내부도 한옥한옥 할듯 하지만, 와이파이를 포함해 현대 문물도 많이 있고, 화장실도 깨끗하다. 별유풍경은 보기에도 좋은 재료를 썼구나 싶고, 휴휴당은 한옥에서는 보기 힘든 다락방 구조를 갖고 있는데, 다락방이라기보다 거의 2층 수준(위에서 가운데 사진, 불 켤줄을 몰라 어둡게 찍혔다 ㅠ)이다. 남편분께서 서재로 쓰고 계신다(부럽). 한옥마을의 주인분들 모두 좋은 분들이었는데, 서로 재능 품앗이도 하신다고. 자수를 수준급으로 하시는 휴휴당의 주인분께서 마을분들에 전수해주셨고, 때때로 마을분들로부터 반찬을 얻거나 손이 필요한 일들을 도와주고 계신다고. 사진을 그지같이 찍었는데 이불을 실제로 보면 내가 이 작품을 덮고 자는게 맞나 싶다. 옆지기 말로는 코까지 골면서 꿀잠자드라고.. 별유풍경에서는 준비해 주신 음식 관련해서, 휴휴당에서는 시골에 정착하는 삶에 관해서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별유풍경의 아침밥은 설성식당과는 비교 불가할 정도로 훌륭했고, 휴휴당 주인장분들과의 야간 산책과 녹차한잔은 너무 흥미로워서 한옥집을 서로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한옥숙박의 백미는 아침밥이니 사진을 올려보자. 휴휴당의 아침밥이 초라해보이지만, 자세히보면 휴휴당의 반찬도 9가지나 된다. 아주 건강한 차림으로 주시는데 별유풍경의 참돔이 압도적이다. 이렇게까지 차리실 요량은 아니셨는데, 완도장에 나가셨다가 여름볕에 생선들이 좀 안 좋아 멀쩡한(?) 참돔을 사오실 수 밖에 없으셨다고. 별유풍경 가서 왜 나는 참돔 안주십니까라고 하지말자. 단점도 있다. 음식의 천국이라는 남도에 가서 한옥스테이 아침 조식을 먹으면 저녁까지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한옥스테이는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없고, 한군데 한군데 따로 연락드려야 한다. 인터넷을 못하시는 분도 많고, 전문 숙박업이 아니시라 손님을 받지 못하실 때도 있다. 푸소체험을 설계한 강진군 관계자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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