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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

[남도여행] 담양 죽녹원, 메타세콰이어길, 인담공방, 소쇄원, 남도예담

by 마고커 2021. 8. 8.


남도여행 슬슬 마무리. 하루에 서울까지 오기는 또 피곤할 것 같아서 이전 기억이 좋았던 담양에서 하루 머무르기로(지금 생각하면 그냥 강진에 하루 더 있는 게 좋을 것 같다). 

 

 

누가 대나무 숲에 있으면 외부보다 7도 낮다고 했지? 간간히 내린 소나기 탓에 죽녹원 안도 매우 후텁지근하다. 아무튼 어마무시한 대나무숲이 죽녹원에 있다. 경치가 너무 좋아 선비들이 몰려들어 노래를 만들었다고 해서 가사문학으로 유명한데, 담양군 남면은 2019년 아예 가사문학면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도심에 위치해 인기가 좋은  죽녹원, 메타세콰이어 길은 자생이 아니라는 사실. 죽녹원은 이름도 알리기 전에, 공포영화 촬영을.. 어쨌든 담양 죽제품은 옛날부터 유명했으니, 죽녹원을 만들었다고 대나무의 도시라는 말이 사기라고 얘기하긴 좀 그렇다. 인공적이라고 해도 죽녹원 자체도 워낙 볼만하기도 하고. 다만 죽녹원 앞의 국수거리에 현혹되진 말자. 아마 집 근처 국수보다 딱히 좋다고 느끼지는 못할 듯. 우리나라 관광지 근처의 고질적 문제기도 한데, 내부를 좀 청결하게 유지했으면 한다. 

 

대나무숲 걷느라 좀 지치기도 해서 관방제림은 전기 오토바이로 관광하기로. 1시간에 2만 5천원 수준인데 관방제림을 두번 정도 왕복할 수 있는 시간이다. 씨게 밟아도 시속 20km 정도에 불과하니 안전은 걱정하지 말자. 장농면허 옆지기가 운전할 때는 살짝 서늘했지만.  관방제림을 주욱 건너면 메타세콰이어길까지 이어진다는데, 작년 홍수로 비포장도로가 조금 위험하다고 가지 말란다. 돌아가서 다시 차를 갖고 메타세콰이어길로. 이전에 왔을 때는 자전거도 빌려주고 했는데, 좀 늦어서인지 산책만 가능했다(찾아보니 2012년부터 보행만 가능!). 다만, 늦게가면 무료. 1950년대 우리나라에 들여왔고, 1970년대 담양군수가 식재한 뒤로 담양에는 지천이지만, 메타세콰이어는 멸종 위기종이라고 한다. 진즉 알았으면 더 소중히 보고왔을텐데 습하기도 하고, 모기도 출몰해서 가볍게 산책하고 숙소로.

 

 

숙소 '인담공방'은 도예가분께서 체험학습과 더불어 숙소를 운영하고 계신다. 좀 오래된 구옥을 개량하고 정원을 가꾸어 운영하시는데, 커플 관광객보다는 4~5명의 그룹 관광객이 머무르면 더 좋을 듯 싶었다. 방도 두개고, 정원의 탁자에서 이야기하기도 좋고. 집 아래쪽에 공방이 있는데 공방 앞의 방에서도 머무를 수 있다. 우리가 머물렀을 때는 도예체험을 하신 여행객이 있으셨던 듯. 아, 방 옆에 도예가 선생님의 전시홀에서 여러 도자기를 구경할 수도 있다. 네이버 평점이 5점이던데, 워낙 친절히 대응해 주셔서 당연하긴 한데, 구옥을 개량한 것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습한 여름보다 건조한 봄, 가을에 방문하길 추천한다. 

 

 

서울로 돌아오기 전, 좋아하는 소쇄원을 잠시 들르기로. 시선의 일방성과 그걸 피하고 있는 소쇄원에 대해 말하는 김훈선생님의 '자전거여행'을 읽은 뒤로, 소쇄원은 늘 최고의 건축물 중 하나였다. 백운동 정원에 이어 소쇄원에서도 문화해설사 선생님을 만나 훨씬 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선생님이 약간 삼천포 스타일이어서 갑자기 김정희 세한도로 빠져 정작 중요한 질문은 못했지만 ㅎㅎ 백운동정원, 부용정원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여기도 역시 담양군이 관리하지만 양산보의 후손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어처구니 없게 이번 담양 여행의 백미는 서울 올라오기 직전 '남도예담'이라는 음식점이었다. 대나무의 고장답게 대통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오리지널 대통밥 '한상근대통밥'이 재료가 떨어졌다고 해서 옆집 남도예담으로 갔다. 주력은 대통밥보다 떡갈비인데 반반을 시키면 돼지고기 떡갈비와 소고기 떡갈비를 반반씩 내어준다. 군지역답지 않게 매우 세련되고 청결한 식당이고 떡갈비 이외의 샐러드, 목이버섯, 토마토짱아찌 등등 다른 반찬도 무척 맛난다. 대통밥도 질퍽하지 않아서 내 입맛엔 딱이었는데, 옆지기는 좀 더 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토마토짱아찌는 남도예담만의 특허로,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한봉다리 사오고 말았다. 

 

떡갈비는 임금님 진상품으로 뼈를 발라내고 다진 고기에 양념을 해 구워내는 방식이다. 담양만의 전통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서울에서 유배온 양반들이 담양에 정착하며 퍼지기 시작한듯하다고. 먹기 편해서 효갈비라고도 불린다. 100년전쯤 신식당이라는 담양의 음식점에서 히트해서 담양이 떡갈비의 고장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에 반해 대통밥은 담양의 오리지널이다. 한상근씨가 (왜 그런 생각을 갑자기 했는지 모르지만) 계란찜을 대나무통에 해보다가 밥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몇번의 실패를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열이 가해진 후 나오는 대나무속 기름이 풍미를 더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상근씨는 모양만 대통밥이 아닌 진짜를 내놓기 위해 직접 재배하는 대나무만을 사용하고, 한번 사용한 대통밥통은 버린다. 남도예담에서도 대통밥통은 가져가도 좋다고 하는 걸 보니, 한번만 사용하는 듯 하다. 

 

가사문학과 대나무의 고장 담양 방문은 이렇게 음식기행으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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