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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스러기

[미안해요 리키] 노던록 뱅크런, 크리스 히친

by 마고커 2021. 8. 16.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영국 복지제도의 맹점과 시민들의 연대를 그렸던 켄 로치 감독은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에서 배달 노동자로 대표되는 '긱 이코노미'를 조명한다. 직원과 다를 바 없이 일하지만, '우리는 당신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사업을 하기 때문에 승선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여 의무와 책임만 가중시킨다. 

 

가족을 위한 노동은 오히려 가족을 해체 시킨다. '그 선택은 누가 한거야? 아빠가 한 거 잖아'. 공부를 하지 않으면 누군가의 종으로 밖에 살 수 없다는 말에, 아들 셰브는 스스로 노예의 길을 선택했다며 리키를 비난한다. 관리자를 욕할 수도 없다. 3일만 휴가를 얻어 가족과 보내고 싶다는 리키의 말에, '모두가 나를 욕하지만, 네가 일할 수 있는 것도 내가 전국에서 최고의 실적을 내도록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규칙과 벌금이 불가피함을 설파한다.

 

리키와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그의 아내 애비는 어떤 준비나 이익은 커녕, 그저 입에 풀칠(영국식으로 표현하자면 hand-to-mouth)하는 삶을 탈출할 수도 없다.

 

 

노던 록 뱅크런 (Nothern Rock Bank Run)

 

리키는 건축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노던 록 사태 때 집을 잃고 직장에서도 쫓겨났다고 말한다. 1965년 주택조합들의 연합으로 설립된 노던록 은행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모기지의 가능성을 보고, 미국 서브프라임 상품에 투자한다. 2007년 시작된 금융 위기에 노던록의 부채는 수직으로 솟아 오르고, 영국 정부는 은행을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위기 뉴스가 나온 다음 날, 은행으로 몰려가 맡겨 놓은 돈을 인출하려고 몰려들었다. 하지만, 주주들은 큰 손해를 입없고, 2008년 국유화되고 만다. 

 

리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뉴캐슬 팬인 택배 수취인과 다투는 장면이 있는데, 노던 록 은행은 뉴캐슬에 기반하고 있어 뱅크런 이후에 뉴캐슬에 정착하지 않았나 싶다.

 

크리스 히친 (Kristian Bartholomew Hitchen)

 

주연 크리스 히친의  코너에 몰린 가장 연기는 켄 로치의 연출만큼이나 인상적이다. 크리스 히친의 경력을 보면 납득될만도 한데, 결혼과 함께 가장의 무게를 감당하려 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20여년간 배관공으로 일하다가 캐스팅된다. 40살이 넘으면서 인생에 깊은 우울감을 느꼈고, 일부 고객을 내칠 정도로 그의 배관 사업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청용이 뛰었던) 볼턴에서 연기 수업을 받으면서, 아들이 성장하자 배관 사업을 물려주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시에도 오디션을 봤었지만, 그의 나이에 적합한 역할이 없어서 포기했다고. 켄 로치는 리버풀에서 캐스팅하고 싶었으나,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해 맨체스터까지 오디션 범위를 넓혔고 크리스 히친은 기회를 잡았다(크리스가 고향이자 거주하고 있던 Salford는 맨체스터 바로 옆). 마지막 장면에서의 표정에 마치 그의 인생 모두가 담겨 있는 듯 하다. 

 

이후 TV시리즈 'The Barking Murder'와 영화 'The War Below'에 출연(2021)한다.

 

포스터보다 이 사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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