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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스러기

[미드소마] 90년, 메이폴

by 마고커 2021. 7. 12.


봉준호 감독과 마틴스콜세지가 감독이 극찬한 젊은 감독 아리 애스터의 미드소마는 기존의 공포영화와는 다르게 아주 밝은 분위기에서 예상 가능한 전개로도 극도의 서늘함을 가져다 준다. 

 

동생과 함께 부모를 잃은 대니에게 연인 크리스티안의 위로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크리스티안과 친구들은 스웨덴의 호르가라는 작은 마을 출신 펠레의 초청을 받아 여름에 하지 축제를 보러 가기로 하고, 이를 알게 된 대니도 합류한다. 

 

 

내용과 그 해석에 대해서는 이동진의 영화당에서 너무도 자세하고 흥미롭게 다룬다.

 

영화당에서 다루지 않은 의문점 두가지만 여기서 살펴보면,

 

왜 90년, 9일동안의 축제인가?

 

하지축제는 6월 20~24일 사이 열리는 북유럽의 대표적 축제 중 하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90년마다 의식(Ritual)을 거행하는 것일까? 이는 펠레의 형 일마르가 펠레를 오랜만에 봤을 때 건넨 인사와 관계가 있다. 

 

"행복한 세례자 요한 축일이 되길바래"

 

세례자 요한은 6월 24일쯤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 이면에는 세례자 요한의 탄생에 마리아가 함께 했다는 것이다. 그 탄생 전에 세례자 요한의 엄마 엘리자베스와 함께 했던 시간이 90일. 감독은 90일을 살짝 비틀어 90년마다의 특별한 의식을 설정했다. 

 

크리스티안이 펠레의 동생 마자와 동침하게 되는 설정도 이와 연결 시킬 수 있지 않을까?

 

메이폴(Maypole)과 메이퀸(May Queen)

 

대니는 호르가의 메이퀸으로 선발된다. 그런데 왜 6월에 메이퀸인가. 그것은 스웨덴이 고위도 지방이라는 것과 관계 있다.

 

<출처: 위키피디아>

위와 유사한 조형물 주변을 마을의 젊은 여성들이 돌며 춤을 추다가 마지막까지 쓰러지지 않은 사람이 메이퀸이 되는데, 이 조형물은 나라마다 약간 형태가 다르지만, 서양에서는 메이폴이라고 꽤 익숙한 것이다. 사이비를 섬기는 것 같은데 왠 십자가?라고 생각했으나, 새로운 작물들이 잘 자라나길 기원하는 토속 문화와 기독교가 결합한 것으로 16세기 이후에는 세계 각국으로 유사한 문화가 퍼져 나간다. 그 생동의 계절이 5월이기에 메이폴이라고 불리고, 메이폴 댄스의 우승자가 메이퀸이 되지만, 스웨덴에서의 그 생동함이란 6월 하지에서야 이른다. 

 

대니가 메이퀸으로 선발되고 쓰는 화관도 스웨덴 전통의 것으로 영화를 위한 특별한 설정은 아니다. 영화에서의 기괴함은 사실 하얀 의복 정도이지 않을까? 북유럽이라도 그렇게 옷을 맞춰 입지는 않고 위의 사진처럼 평상복이나 전통복을 입는다. 

 

미드소마(MidSommar). 우리에게 하지란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의미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어둠과 추움의 소멸, 그리고 밝고 따뜻함의 시작을 의미하는 오히려 우리의 봄과 닮았다. 뉴욕의 밤과 호르가의 낮, 권태에 빠진 여인과 새로운 가족, 아홉명의 죽음과 새로운 생명 등에 미드소마의 두 가지 대비를 차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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