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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스러기

[모스트원티드맨] 존 르 카레,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함부르크

by 마고커 2021. 7. 3.


존 르 카레 원작의 '모스트 원티드 맨'은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은 스파이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하기야, 모두 각자의 가족과 조국을 위해 활동하는 스파이들을 선과 악으로 나눈다는 게 가당키나 한 말일까. 그 정점에 있는 인물이 주인공 군터 바흐만이다. 비열해보일 수 있지만, 약점을 잡고 있는 정보원을 잠입시켜 더 큰 악을 처리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한편으로는 그는 정보원에 대한 애정을 보인다. 압둘라 박사의 아들 자말을 윽박하지만 호통치지 않는다. 

 

모스트원티드맨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과격하고, 긴박할 것만 같은 스파이의 세계에 온통 회의주의자들 뿐이다. 뛰지 않고, 싸우지 않는다. 하지만, 스파이 영화의 매력인 긴장감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영화당'에서 김중혁 작가는 이것이 프로의 세계라고 이야기한다.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장면을 안톤 코빈 감독은 긴장감 있게 처리하지 않는다. 수십번씩 해 온 일이라면 굳이 긴장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CIA 마사(로빈 라이트)와 군터의 대화처럼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서늘함을 지닌다. 

 

 

존 르 카레 (John Le Carre)

 

프랑스 이름이지만 사실 영국인 데이비드 무어 콘월. 사각형(Le Carre)이라는 이름의 원작자는 그 스스로 스파이였다. MI6(영국정보부)에서 대 동독 업무를 맡았다고 하는데, 본인은 서류 업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그가 맡았던 임무는 베일에 쌓여 있다. MI6에 근무하면서 본인의 이름으로 책을 낼 수 없었기에, 가명으로 책을 내기 시작한 것이 계속 이어졌다. 르 카레라는 이름이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프랑스 가게 간판을 우연히 보고 지었다고 하지만, 사실 그런 가게는 없었다고.. 판매 수익이 어느 정도 쌓이면 전화달라고 출판사에 요청했고, 세번째 소설만에 전화가 와서 정보부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몇 권의 책이 출간되었지만, 그를 각인 시킨 것은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존 르 카레의 경험이 녹아들어서인지, 이중 첩자가 활동하고 정보부 간의 액션도 많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모스트원티드맨과 사뭇 유사하다. 차분하고, 차분하고, 긴장되고. 박찬욱 감독의 '리틀 드러머 걸'도 르 카레 소설이 원작이다. 아직 보지 못했지만, 모스트원티드맨과 맥이 닿아 있다고.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Philip Seymour Hoffman)

 

우리가 일본인과 중국인을 분위기로 구별할 수 있듯이, 서양인들도 서로를 구별한다고 하는데, 배경만 독일이지 온통 영미 배우들 판이다. 군터 바흐만이라는 완전한 독일식 이름을 가진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미국 뉴욕 출신이고, 레이첼 맥아담스도 캐나다 출신인데 독일 변호사면서 영어로만 대화한다. 하물며 독일에서 대를 이어 은행을 운영하는 토마스 브루(윌럼 데포)도 영어만.. 네덜란드 출신의 안톤 코빈 감독은 헐리웃 배우를 쓰면서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나보다. 제자리 찾고 있는 것은 CIA 마사역의 로빈 라이트 뿐. 

 

영어로만 대화하지만, 호프만의 연기가 어색해지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헝거게임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지만, 대중들은 이 영화를 그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 정도. 반복되는 술, 담배, 위스키 장면에서 스파이의 고독함과 갈등을 잘 표현하고 있고, 그가 웃는 것은 압둘라 박사가 기부에 마지막 사인을 할 때가 유일하다. 높은 고성으로 압박하지 않으면서, 수하들과 정보원들을 꼼짝하지 못하게 한다.

 

2014년에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데뷔작부터 운좋게 여인의 향기였고, 매그놀리아, 미션임파서블3, 머니볼 등 인기 작품에 출연했지만, 연기 인생이 끝날까봐 늘 불안해 했다고. 

 

함부르크 (Hamburg)

 

하필 왜  독일, 그러고도 함부르크일까? 그다지 정치적이지도 않고, 베를린만큼 상징적이지도 않은데. 함부르크는 사실 많은 것이 허용되는 도시다. 13세기 한자동맹에서 무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늘상 사람들로 붐볐고 외국인들에게 관대했다. 베를린이나 뮌헨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독일 내 인구 2위의 대도시이고 부의 수준으로는 여전히 최고의 도시다. 게다가 발트해와 맞닿아 있어 러시아에서도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대표적인 항구도시이기도 하다. 체첸인 이사도 배를타고 함부르크 항에 밀입국한다. 

 

영화에서는 터키인들이나 압둘라 박사를 영주권으로 협박하지만, 911 이후에도 독일은 이민자들에 관대했고 난민 수용에도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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