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 여행

[남도여행] 광양숯불구이 상무점과 화순 운주사

by 마고커 2021. 8. 8.


일정 때문에 여행의 출발지인 광주에 먼저 내려 있던 옆지기를 저녁 때 접선해서 추천 받은 광양숯불구이 상무본점에 갔다.

 

 

30년 전통이라고 해봐야 1990년대 언저리에 시작한 것이니 이제 그리 오래된 느낌은 안든다. 그래도 한 자리에서 버티며 빌딩까지 올린 것을 보며 기대 만땅 *_* 남도답게 숯불구이 정식을 먹어도 한상차림이 나온다. 여기서 누가 고기 추가를 시킬까 싶다. 광양 불고기답게 육질도 부드럽고 반찬도 하나하나 다 맛난다. 다만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 2인분에 공기밥과 사이다 하나 추가한 정도인데, 7만원 가까이. 그래도 여행의 시작을 좋은 밥상으로 시작해 기분 좋다. 

 

이쯤에서 궁금.. 횡성한우, 평창한우, 홍성한우와는 달리 목장도 도축장도 없는 광양은 어떻게 불고기로 유명해졌을까? 3대불고기 중에서 도축장 가까이 있었던 것은 언양 불고기 뿐이다. 언양, 광양 불고기는 소고기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서민들이 최대한 아껴 먹기 위해 얇게 만들어 구워먹던 것이 유래인데, 광양은 고기를 저미고, 언양은 얇게 썰었던 것이 차이다. 

 

<광양식, 언양식, 서울식 불고기>

광양식 불고기의 역사는 의외로 길지 않은데, 1930년대 이소은씨가 처음 연 '일흥식당'이 시초로 1968년에 아들 이영조씨가 레시피를 개량해서 널리 알려졌고, 현재는 이형중씨가 오리지널임을 알리기 위해 '삼대광양불고기'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언양불고기도 마찬가지로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 노동자들이 많이 찾으면서 알려졌다고 한다. 아! 언양식 불고기는 미리 초벌되어서 나오는 것이 특징. 의외로 3대불고기중에서는 서울불고기가 가장 역사가 긴 편으로 수라상에 올라가던 형태고 일본식인 야키니쿠의 원조이기도 하다. 다 먹어본 경험으로는 다 맛있다. @.@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로 한 여행임으로 광주에서는 따로 일정을 갖지 않았다. 상무지구의 유탑호텔레지던스에서 묵었는데, 주차타워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 조식도 그렇게 추천할만하지는 않지만, 숙소는 깨끗한편. 주위가 번화가이므로 딱히 조식을 포함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첫번째 여행지는 화순 운주사다. 유홍준씨가 5대사찰로 뽑은 곳을 생각했는데, 그곳은 운문사.. 하지만,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알쓸신명(알아두면 쓸모있는 신비한 명소) 3위로 선정했다. 2등은 경주 대릉원, 1등은 서울궁궐.

1500년대 쓰여진 신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운주사에는 천개의 불상과 천개의 탑(천불천탑)이 있었다고 한다. 혹자는 일제가 빼돌렸다고 보지만, 일제 시대 촬영된 사진을 보더라도 120개 정도만 있는 것을 보면 그 전에 도굴이 일어났거나, 천개라는 숫자가 단순히 상징적인 것일 수도 있다. 운주사는 언제 창건되었는 지, 왜 만들었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찰 아닌가! 다만, 부조된 석불이 형태가 지방에서 많이 발견되는 고려시대의 형태로 미루어 보아 그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현재 있는 석불과 석탑으로만 보아도 다른 절에서 볼 수 없는 압도적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석불들은 운주사 주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석탑 안에도 있고, 나무 숲사이에도 있으며, 바위 아래에도 있다. 그 중에서 운주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운주사 좌측 봉우리에 있는 와불이라고 한다. 일설에는 풍수설의 시초인 도선국사가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천불을 만들기로 했는데, 동자승이 장난삼아 '꼬끼오'하고 우는 바람에 도공들이 하늘나라로 돌아가 와불이 남았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운주사의 천불천탑은 민중들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만들었다는 믿음이 있지만, 먹고 살기 힘든 서민들이 어떻게 이런 다수의 큰 작품들을, 그것도 권력자의 눈을 피해 만들 수 있었겠는가! 내 생각엔 아무래도 꿈보다 해몽인 듯 하다. 

어느 시인이 배롱나무 꽃은 두번 핀다고 했다고. '나무에서 한번, 떨어져서 한번'. 서울에서는 흔하지 않은 배롱나무 꽃이 남도 여름에는 지천이다. 온통 푸른 숲 사이로 배롱나무 꽃을 보는 것은 여름 여행의 이유가 될 듯 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