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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 탐색

[인간의 가치 탐색] 게오르그 짐멜

by 마고커 2021. 7. 4.


게오르그 짐멜

 

게오르그 짐멜은 1853년 태어난 독일의 유대인 사회학자로 사후에 더 존중받게 된다. 당시 사회학의 분위기가 '국가와 노동조합' 같은 거대담론을 다루고 있던 반면, 짐멜은 좀 더 들어가 개인과 사회의 상호 작용 등 미시적인 영역을 탐닉했기 때문으로 보이고, 체계적 사고와 논리 전개라는 당시의 글쓰기 흐름과는 다른 에세이 방식의 단편적인 방식을 채택한 것도 영향을 주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교재에서는 그의 저작 중 '돈의 철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칼 마르크스가 경제 논리가 사회의 다른 부분을 결정한다는 유물론적 사고방식을 주장하며, 경제 구조를 바꾸면 인간소외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한 데 반해, 짐멜은 물질문화가 정신 문화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새로운 방향의 연합 형식

 

중세 수공업자나 상공업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길드' 형식으로 연합하였다. 그들은 종교, 사회적,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고, 그들의 권리와 직업을 자손에게 물려주었지만, 매개물 없이 형이상학적으로 연합하였다. 그들은 향후 메디치 가문과 같은 도시 귀족으로 발전한다.

 

반면, 화폐 경제가 번성하게 됨에 따라 경제적 이해를 추구하는 수 많은 연합체가 생겨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연합체는 종교, 지위와 같은 개인적 특성으로부터 자유로웠고, 당연히 길드와 같은 연합체가 요구하는 제약과 구속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러한 것의 절정적 형태가 '주식회사'다. 주식회사는 개별 주주들에게 완전히 객관적으로, 주주들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개별 주주도 자신의 인격이 아니라 투자의 양을 통해 회사에 참여한다.

 

짐멜은 노동조합의 성공도 '돈'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프랑스의 '생디칼리즘(Syndicalism)'과 같이 동일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공동 기금을 창설한 것이 그 하나의 예로 도매 구입과 대부 보증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 구성원들을 연결하였다. 화폐는 노동의 분업화를 촉진 시켜지만, 그만큼 개인은 상호 연관되어 필연적으로 결합한다고 보는 것이다. 현대인은 고대 게르만족의 자유인이나 그 후의 농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급자와 공급원에 의존하고 있어 현대인은 매 순간 돈에 대한 이해 관계에 따라 창출된 수백가지의 결합관계에 의존한다.

 

화폐 경제가 미친 현대 문화의 방향

 

소수의 사람들과 강한 상호 의존 관계를 가졌던 봉건 사회에 비해, 화폐 경제는 멀리 떨어져 있는 개인들을 결합함으로써 광범위해지는 사회적 영역을 평준화하고 균등화하는 방향을 만들었다. 반면, 타인들과의 관계를 알 필요 없고, 익명성 혹은 개성에 대한 무관심한 외적 관계들로부터 이전보다 자신의 내면적인 심층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경향을 갖게된다고 짐멜은 보았다.

 

13세기 영국 봉건 귀족들이 군복무와 노동의 의무 대신 화폐 지불을 허용하게 하면서 농도가 해방되면서, 개인과 연관된 모든 내적인 관계에서 점차 분리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 반면, 페르시아에 대항하기 위한 그리스 연합에서 다른 국가들이 아테네에 돈을 지불하고 아테네가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하게 되면서, 아테네의 제국주의가 시작되거나 농민의 땅을 영주가 사들인 후 울타리를 친 '인클로저 운동'의 예에서와 같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정치력, 농민이 스스로 느끼는 가치)을 잃어버리는 문제도 나타난다.

 

화폐로 살 수 있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반면, 예술품도 화폐가치로 치환되며, 대상의 질적인 측면이 지닌 심리적인 중요성이 상실되기도 한다. 게다가 화폐 체제 안에서 돈 자체가 교환 수단이 아닌 독립 재화로 인식되기도 한다. 돈은 목적과 향유로 이끄는 고리였지만, 이 고리가 끊어지면 돈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돈이라는 목표에 도달에도 결국에는 극단적 권태와 환멸이 나타난다. 은퇴 생활에 들어간 사업가가 돈 버는 일을 중단하게 되면, 돈이 그저 수단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돈과 신

 

음악가가 되는 목표는 평생을 통해 항상 추구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반면에 돈을 버는 일은 언제나 목표가 될 수 있다. 다른 목표가 있더라도 조금의 틈이라도 주어지면 돈은 다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짐멜은 화폐가 동요하고 열광하며 삶이라는 기계를 영구 기관(Perpetuum Mobile)으로 만든다고 보았다. 

 

독일의 신학자 프리드리히 슐라이어마허가 기독교가 경건함, 즉 신에 대한 열망을 인간 영혼의 항구적인 상태로 만든 최초의 종교라고 강조한 것이나, 독일 철학자이자 신학자 쿠사의 니콜라우스가 '대립의 지양(Coincidentia Oppositorum)'이라는 말로 존재의 모든 낯섦과 화해 불가능함이 신 안에서 통일되고 화해된다고 말했듯이, 신의 성격은 항구적이 대립적인 요소들을 화해 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짐멜은 '돈'이 바로 현대 사회에서 '신'의 성격과 동일하다고 보았다.

 

화폐가 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짐멜은 '롱기누스의 창'처럼 돈은 자신이 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한다. 19세기의 경험주의와 진화론, 그리고 신분제의 해체처럼 모든 발전의 피안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진리는 포기되고 계속 변형되며 수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은 더 이상 신의 영원한 창조물이 아니라 진화 과정의 통과점일 뿐이며, 신분적인 구속들과 전통의 경직성도 파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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