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롤스 (John Rawls)
1921년생인 존 롤스는 30살 이전에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코넬대와 MIT를 거쳐 1962년 하버드 대학 철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존 롤스 중의 제자 중 하나가 '정의(Justice)'의 마이클 샌델. 2차 대전에 참전해서 인간의 악행을 목격했지만, 인류의 개선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 '현실적 이상주의'라 부르는 태도를 평생 간직한 낙관주의자다. 오랜 시간 교수 생활에도 정의론을 포함해 2001년 공정으로서의 도덕까지 총 5권의 저서가 전부. 하지만 정의론이 미친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이를 책잡는 이는 없다.
공정으로서의 정의 (Justice as a Fairness)
진리가 사상체계의 제 1덕목이라고 한다면, 사회제도의 제 1덕목이 바로 바로 정의다.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하더라도 정당하지 못하면 폐기되어야 한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명목으로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는다. 더 나은 이론을 발견하지 못할 때, 결함 있는 이론을 묵인하게 되는 것처럼, 더 큰 부정의를 막기 위한 경우에만 부정의를 참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명제들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직감적인 정의의 우위성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해 관계가 상충되는 사회제도 속에서 사회 협동체의 이득과 부담의 적절한 분배를 결정해 주는 사회 정의의 원칙을 이야기한다. 추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질서 정연(Well-Ordered)한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도 모두 동일한 정의를 받아들이고, 사회의 기본제도가 이러한 원칙을 충족시키고 널리 주지되어 있는 사회로 정의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관(Concept of Justice)은 모두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적 분배 하나만으로 특정 정의관을 평가할 수는 없고,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일부 일처제 등 기본권과 사회체제 모두가 사회 제도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존 롤스는 이러한 상황에서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도출하기 위해 '원초적 상태'와 '무지의 베일'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원초적 상태란 역사상 실재하는 상태가 아니라, 아무것도 정의되지 않은 순수한 가상적 상황을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계층상의 위치를 모르고, 누구도 자기가 어떠한 소질이나 능력, 지능, 체력 등을 천부적으로 타고 났는 지 모르는 것을 가정한 것이 바로 '무지의 베일'이다. 그리고, 각자는 이기적이지는 않지만 타인의 이해 관계에는 관심이 없다(합리적 상호 불편 부당함, Mutually Disinterested).
롤스는 '무지의 베일' 상에서 각자가 어떤 원칙을 선택할 것인가 사고실험을 한다. 내가 억압받는 소수에 속할 수 있기 때문에, 공리주의는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완전한 자유 지상주의도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다. 빌게이츠나 워렌버핏이 될 수도 있지만, 노숙인이 될 확률이 훨씬 높다.
최약자 보호의 원칙
롤스는 기본적 권리와 의무가 평등하게 주어지는 평등한 자유의 원칙을 이야기하며, 한가지 더 '차등원칙'을 소개한다.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허용하되, 사회의 최약자에게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정당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빌게이츠나 워렌버핏의 막대한 수입은 가장 못사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돌리는 체제에서 나왔을 때만 정당회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자들에게 누진세를 적용해, 가난한 사람들의 보건, 교육에 투자된다면 이러한 불평등은 차등원칙에 해당된다. 다른 한가지 예로, 의사의 보수를 늘리자 의사들이 빈곤층의 의료서비스를 늘렸다면 이는 차등원칙에 부합하지만, 비버리 힐스의 성형 수술면 늘렸다면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무지의 장막 뒤에서 사람들이 도박할 가능성은 없을까? 즉, 차별 받는 소수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공리주의를 택할 가능성은 없을까? 롤스는 무지의 베일 뒤에서는 모험을 좋아한다는 성향 자체도 알 수도 없고, 모험을 좋아한다는 성향을 알지도 못하는데 높은 위험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차등원칙에 대한 반박으로 인센티브의 예를 드는 사람들이 있다. 차등원칙대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다는 전제하에서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때, 사람들이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까라고 묻는 것이다. 롤스는 인센티브가 경제 성장을 촉진해 저소득층이 추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경우에 차등원칙을 위배하지 않는다고 간주한다. 소득 불균형이 정당한 이유는 최고 경영자가 노동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는 노력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다른 한가지는 마이클 조던은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 농구실력을 연마했는데 그 노력의 대가는 인정해 줘야 하지 않느냐라는 반박이다. 하지만, 롤스는 이에 대해서도 부정한다. 노력하고 도전해서 소위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려는 의지조차도 타고난 것으로 조던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는 농구선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조던보다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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