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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스러기

[링컨] 미국 의회, 수정헌법 13조

by 마고커 2021. 5. 7.


다니엘데이루이스에 꽂히다 보니, 그가 3번째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링컨도 보기로 했다. 이 작품이 얼마나 위대한가는 널려 있으므로 간단하게 줄거리만 알아본다. 스필버그는 링컨의 전 생애를 다루지 않고, 전쟁이 끝나기 불과 몇달전 수정헌법 13조를 처리하는 과정만을 담는다. 내 모든 신념과 태도를 관철하는 것이 아닌, 타협의 산물이 정치이기에 링컨은 가장 중요한 목표였던 노예해방을 위해, 병사들의 목숨과 연방의 유지를 조금 더 뒤로 미루게 된다. 게다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여느 정치인들과 다름 없이 매수하고 협박한다. 75만이라는 희생을 낸 전쟁에 자신의 아들은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는 아빠 찬스를 쓰기도 하고. 이 모든 흠결에도 불구하고  스필버그는 그를 존중하게 만든다.

 

"나침반이 북쪽을 가르친다고 그냥 북쪽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웅덩이도 있고 숲도 있고!(정확하진 않음)"

 

전쟁을 그대로 끝나, 전쟁중에 발효한 '노예해방선언'이 무효로 돌아가지 않도록, 더 낫고 (그의 표현에 의하면) 당연한 세상을 위해 개인의 고결함은 잠시 접어 놓는다. 

 

 

 

1) 19세기 미국의 국회

 

재밌게 보았던 장면은 의회에서 계파 보스의 명령에 따라 논쟁을 하는 장면이었다. 수정헌법 13조는 이미 상원에서 통과되었고, 영화는 하원에서의다툼을 다룬다. 상원과 하원의 차이는 쉽게 말해, 큰 줄기의 방향성을 상원에서, 세부적인 이행방안을 하원에서 승인한다. 한미 FTA를 하겠다라고 하는 건 상원에서 승인하지만, 한미 FTA를 어떻게 하겠다는 하원에서 승인한느 것이다. 또 하나의 큰 차이가 상원은 임기가 6년으로 인구수에 관계 없이 주마다 2명을 선발하는데 반해, 하원은 2년 임기로 인구수에 비례해서 뽑는다. 영화 당시보다 상원의원은 2배 정도 늘은 데 비해, 인구는 더 빠르게 증가해서 하원의원 183명에서 현재 440명까지 늘었다. 상원의원은 6년 임기지만 2년마다 1/3씩 교체한다. 상원 선거가 큰 국정의 방향을, 하원 선거는 빠르게 변하는 민심이나 민의를 반영한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포지션도 지금과는 많이 다른데, 노예제의 폐지는 공화당의 어젠더였다. 공화당 안에서도 투표권을 포함해 모든 권리를 동일하게 줘야 한다는 진보파(토미리존스가 연기한 스티븐스 의원이 수장)와 전쟁 끝나고 하원 선거하면 대승할게 뻔하니까 호들갑 떨지 말자는 보수파가 있었다. 민주당에서 수장이 시키는 대로 토론을 이끌고 가는 의원도 우리나라 초선 의원들이 저격수 노릇하는 것이 떠 올라 웃음이 났고, 아님에도 수 많은 의원들을 부리는 공화당 보수파의 수장에는 동교동계 수장 권노갑이 연상됐다. 선거에서 져 다음에 물러나는 민주당 의원들을 공직(이를 테면 우체국장)으로 매수하는 로비스트도 이미 등장했고, 더 큰 자리를 줄 때까지 버티는 레임덕 의원도 있다. 스티븐스 의원이 민주당 의원을 철새로 만들어 버리는 걸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튼, 우리 국회는 150년전 미국 의회 수준이라는 거. 아니다 그보다도 못한 듯 하다. 여기는 그래도 정책 의제 가지고 싸우기라도 하는데, 우리는 지네끼리 인신 공격하느라 무슨 일을 하는 지 모르겠다.

 

2) 수정헌법 13조

 

  • 제1항 : 어떠한 노예 제도나 강제 노역도, 해당자가 정식으로 기소되어 판결로서 확정된 형벌이 아닌 이상, 미국과 그 사법권이 관할하는 영역 내에서 존재할 수 없다.
  • 제2항 : 의회는 적절한 입법을 통하여 본조(本條)를 강제할 권한을 가진다.

노예제 폐지를 주장한 백인 중에서도 진보파와 같은 입장을 가진 이들은 극히 드물었고, 링컨을 포함해 대다수는 노예 신분 해방만을 다루었지 참정권 등 해방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무감했다. 같은 인간이라고 보지 않았다는 게 맞을 듯. 1860년대 당시 남부 사람들은 미국을 두 개의 나라로, 북부 사람들은 남부의 반란으로 보았다. 북부 사람들이 특별히 착해서라기보다 공업벨트가 북부에 발달하면서 노예보다 공장근로자가 필요했고 이에 따라 노예제 폐지를 주장했다는 게 정설. 링컨이 당선되자 남부 주들은 연방에서 탈퇴하고 당연히 의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1864년에도 수정헌법 가결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1865년에 통과될 정도로 북부 내에서도 인종 차별이 극심했다고 보면 될 듯.

 

2015년 12월에 오바마 대통령은 수정헌법 13조 통과 150주년 연설을 하게된다. 마침 오바마 대통령이어서 특별했는데, 1865년 1월에 통과된 법의 축하를 12월에 한 데도 이유가 있다. 36개 주 중에서 27개의 주에서 비준(나머지 9개주는 이미 했음)해야 했는데, 각 주를 대표한 상하원에서 이미 통과했는데도 1년 내내 주 레벨에서 뭉게고 있었던 것이다(링컨은 하원을 통과한 다음날 비준한다).

 

But, 150년이 지났고, 흑인 대통령도 나왔지만 대다수의 흑인들은 당시 이미 걷어 차인 사다리 때문에 아직도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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