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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 탐색

[인간의 가치 탐색] 앙드레 고르즈 - 에콜로지카

by 마고커 2021. 5. 23.


대학 졸업한 뒤는 좀 됐지만, 공대생으로 살아와 너무 인문학적 소양이 없나 되돌아보던 차에 경희대 학생들이 배운다는 '인간의 가치 탐색'이라는 과목을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경희대 학생들은 이 과목을 모두 교양 필수로 들어야 한다고. 제대로 하려면 철학자, 인문학자의 저서 하나 하나 뜯어봐야겠지만, 그렇게 하기는 생업에 치이고 해서 교수님들이 잘 골라주셨겠지 하는 마음에 몇개월 동안 조금씩 교재도 읽어보고, 관련한 자료들도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선별적으로 읽었지만, 휘발성으로 날리기엔 아까운 마음에 핵심 생각들만 정리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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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고르즈

 

앙드레고르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로 자본주의를 "노동, 가치, 자본의 위기를 맞아 오로지 기만 술책에 의해서만 생존할 수 있게 된 체제"라고 주장한다. 아내가 죽자 자살로 생을 마쳤다는 이야기가 더 유명하다. 그의 책 <에콜로지카>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1) 거시 경제학의 시각에서 분석, 2) 기업의 운명과 관리에 미치는 이야기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앙드레고르즈, 출처: 한겨레신문>

 

거시 경제 측면

 

이윤 수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생산성 증가, 노동자에 대한 압박이 계속되지만, 어느 한계에 이르면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게 된다(한계비용 0?). 결국 생산은 자본 전체의 증식에 실패하고 금융산업이 번창하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 그러나, 금융시장에서의 유일한 상품은 돈 뿐이다. 실물 경제는 금융산업이 먹여 살리는 투기 거품의 부속물로 전락할 것이고, 거품이 터지면 은행은 도산하고 신용 체계는 붕괴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미 몇번 겪었지만, 워렌버핏이 이야기 한대로 2008년의 금융위기는 파생상품이라는 상품을 요술방망이로 착각한데서 발생했다. 그런데, 앙드레 고르즈의 관점은 금융을 불완전 규제해서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원래 그런 것이라 필연적이라 보는 것이다.   

 

고르즈는 생태적 관점에서도 자본주의를 지적한다. UN 기후 위기 위원회가 밝혔듯이 전 지구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2도 이상 올라 대부분의 생명체는 곧 괴로움을 당할 것이다. 고르즈는 다른 경제, 다른 생활 방식, 다른 문명, 다른 사회적 관계가 전제된 '탈성장'이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바로 '탈성장'을 하지 않으면, 전제 권력이 지배하고, 굶주림에 의한 대량학살이 일어날 것이며, 인신매매와 같은 아프리카의 후진적 형태가 다른 사회에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기업의 운명과 관리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을 독점하고, 노동을 전문화하고 분할하고 기계화함으로써, 노동자를 자본이라는 거대 기계의 끄트머리에 달린 부속품으로 만들것이라고 지적한다.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게 할 것이며, 자본에 공급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줄 것이라 믿는다. 생산단가는 낮아질지라도, 효용보다 스타일, 새로움, 상표 같은 비물질적 품질들로 이익을 유지할 것인데, 이런 것들의 특징은 가격이라는 것을 특정할 수 없어서, 잠재적 구매자의 욕망을 잘 자극하면 이익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는 견해다. 

 

하지만, 비물질적 부분이 계속 늘어난다면, 소비자들에 미치는 장악력은 마케팅과 광고의 증가에도 약해질 것이라고 한다. 지식 경제학의 시대인 요즘,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오픈 소스 운동이 일어난 것이 대표적일 듯 하다. 하다 못해 출판권력도 약해지고, 글쓰기 사이트의 글들이 책으로 출판되고 있는 요즘이다. 고르즈는 이에 대해 생산수단의 사유화, 공급의 독점이 차츰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자본이 소비에 대해 행사하는 장악력, 생산수단의 독점에서 해방시킬 것이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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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생 할아버지가 이런 탁견을 갖고 있는 것이 놀랍다. 이미 오래전부터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를 제대로 간파하며 생산 자본 독점의 몰락을 예견했으며, 생태성 회복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다만, 브랜드가 약해지고 생산은 외주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 미치는 장악력이 플랫폼이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날 것은 예견하지 못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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