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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스러기

[미나리] 한인의 이주, 아칸소, 병아리 감별사

by 마고커 2021. 3. 19.


좋은 영화 감상문(?)들은 지천에 널렸고, 미나리만큼 유명한 영화는 일간지 평론에도 자주 거론되니, '영화의 부스러기' 카테고리에서는 영화를 보다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고 남겨보고자 한다. 영화 '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그 역시 콜로라도 덴버에서 태어난 한인 2세로 아칸소의 남부 작은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미나리 포스팅에서는 영화의 배경이 된 1980년대 한인 이주의 역사, 아칸소주, 그리고, 제이콥과 모니카의 직업인 병아리의 감별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1) 한인 이주의 역사

 

<하와이에 이주한 초기 한인들, 연합뉴스>

미국으로의 한인 이주는 1903년에 최초로 시작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와이의 사탕수수(많이 다치고 힘들다) 농장에 필요한 인력을 아시아에 요청하면서 이주가 시작되었는데, 한일합방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남성의 이주는 제한되었다. 다만, 기존에 이주한 인력과 결혼하기 위한 이른바 '사진신부'들이 일제시대에는 하와이로 이주하게 된다. 1924년에 제정된 미국 이민법에는 (특히 동아시아 국가에) 쿼터를 주어 인입을 막게 된다. 

 

<1900년대 한인 영주권 취득 현황, 미국 국토안보부>

 

1950년대 미국으로의 이민은 한국전쟁 이후에 미군과 결혼한 한인 여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러다, 전문직과 가족재회라는 두가지 기준에 의해 이민을 허용한 1965년의 이민법 개정 이후, 기존 이민자의 가족들(영화속 순자도 초청에 의해 이민한다)이 많이 이주하기 시작했고 수백명의 전문직 종사자와 유학생들이 미국 사회에 정착하게 된다. 1970년대 경제발전 이후 어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한인들이 급속도로 늘어났고 영화속 제이콥(스티븐연)도 이 당시에 미국으로 이주하게 된다. 1990년대 한국의 국력 신장 이후에는 이민이 줄어들기 시작하다가, 2000년대에 전문직 종사자 중심으로 매년 2만명 정도가 영주권을 얻고 있다. 2,3세를 포함한 미국내 한인의 수는 186만 수준이고 그 중 55만명이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 

 

 

2) 아칸소 주

 

제이콥이 넓고 넓은 땅 중에 굳이 아칸소로 갔는 지는 알 수 없다. 현재까지도 아칸소의 한인은 5천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그 중 상당수는 주도인 리틀록에 살고 있다. 한인이 너무 없는 곳이라, 텍사스 휴스턴의 총영사관이 한인들을 관할하고 있다. 리틀록은 아칸소의 한가운데 있으므로, 남부의 시골로 이사했다고 한 정이삭 감독의 진술로 볼 때, 제이콥은 한인의 접촉을 거의 할 수 없는 곳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당시의 아칸소 한인은 수백명 수준). 다만, 무덥고 습한 여름에 춥고 건조한 겨울을 갖고 있는 비옥한 땅이라고 하니, 한국과 유사하게 느꼈을 지도. 미국 쌀 생산의 40%가 아칸소에서 나오고,  가금류도 미국내 2위 공급 지역(주인공들의 직업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아칸소 위치>

 

리틀록의 한인에게 채소를 팔려다 실패하며 '이래서 도시의 한인들을 믿을 수가 없어'라고 하자, 폴이 오클라호마나, 댈러스, 멤피스 같은 곳으로 가서 팔 수도 있다고 한다. 5시간 운전해서 간 것으로 보아, 아들 데이빗을 검진한 병원은 그 중 오클라호마(대도시라고 해봐야 한인은 여기도 주 전체에 5천명 정도)가 아닐까싶다. 

 

Arkansas를 알칸사스가 아니라 아칸소라 부르는 이유는 1800년대 아칸소는 루이지애나의 일부였기 때문인데, 루이지애나가 이미 프랑스어로 루이 14세의 땅이라는 뜻. 아칸소는 강의 하류라는 불어라고 한다. 미시시피강은 뉴올리언즈까지 뻗어 있는데 여기가 왜 하류일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으니, 저 북쪽의 미네아폴리스(아이오와)부터 미시시피강 시작되므로 여기쯤은 그냥 하류라도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아칸소 출신의 유명인으로는 너무도 잘 알려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영화배우 빌리밥쏜튼, 그리고 농구황제 친구 스코티피펜이 있다. 아! 맥아더 장군도 아칸소 출신.

 

 

3) 병아리 감별사

 

와... 병아리 감별사 찾아보기 전에 이렇게 잔인할 줄 상상도 못했다. 우선, 왜 한국인일까? 병아리 감별 기술을 처음 발견해 낸 것은 1920년대 일본 과학자에 의해서다. 태어난 지 24시간이 안된 병아리의 항문을 벌려 생식 돌기를 만져보고 색을 확인해서 수컷을 구별해 내는데, 그 크기가 너무 작아 집중력과 세심한 관찰력, 그리고 타고난 손재주를 필요로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국뽕이 나올만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200W의 강한 조명 아래에서 수행해야 하므로 눈에 멜라닌 색소가 많은 동양인이 병아리 감별을 하는데 유리한 점도 있다. 고등 감별사가 되기 위해선 7분안에 100수를 98% 이상 5회를 감별해 내야한다. 4.2초마다 한마리씩 감별해야 하는데, 영화속 모니카 정도의 속도로는 택도 없다. 제이콥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면 1,300수 이상을 한시간에 감별하는데 2~3초에 한마리 정도다. 하루에 2만마리까지도 감별한다고. 독일 이민하면 광부와 간호사가 떠오르지만, 일부는 병아리 감별사로도 진출해 독일의 종합병원 의사보다도 2배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도 전세계 병아리 감별사의 60%가 한인이고, 유럽에 30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연봉은 7천만원 정도지만 기피직업이어서 사람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제 왜 수컷을 감별하는지 이유를 보자.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수컷은 알도 낳지 못하고, 성장이 너무 느릴 뿐더러 사료도 많이 먹는다. 전체 개체수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암컷만 키워도 충분히 생산성이 나온다. 분류된 암컷은 좁은 곳에서 서로를 쪼지(?) 못하게 부리 끝을 제거한다. 얘네도 불쌍한데 수컷은 ㅠㅠ. 영화에서 굴뚝으로 연기가 뿜어 나와 화장(이것도 겁나 끔찍하다)하나보다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냥 산채로 분쇄기에 갈아버린다고 ㅠㅠ. 조금 더 배려하는 곳이 제이콥네 직장 같은 곳으로 질식 시켜서 죽인 다음에 갈아 버린다. 갈아진 수컷 병아리는 파충류(도대체 뭐지?)의 사료로 쓰인다고... 전세계에서 50억마리의 병아리가 매년 이러한 과정에 휘말린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동물 보호 단체는 소송을 걸었지만, 독일 법원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결. 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과 네덜란드의 테크 기업이 합작한 '셀레그트'사는 달걀의 표면에 레이저로 0.3mm의 작은 구멍을 내어 체액을 채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작은 구멍은 내부의 유액에 의해 다시 메꿔지고, 리트머스 시험지로 체액 속의 에스트론(암컷 호르몬) 함량을  검사해 수컷은 아예 태어나지 못하게 한다. 무려 98%의 감별 성공율을 갖고 있다고. 태어나지도 못하는 게 병아리들한테 좋은 일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고통은 덜할 듯 ㅠ 그러나 이 과정도 8~9일차의 배아에만 해당하는 내용으로 7일차 이후부터는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수평아리를 품은 달걀은 여전히 동물 사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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