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즐거움 킬케니
링오브케리를 떠날 때까지도 날씨는 좋아지지 않았다. 너무 기대를 해서 실망도 더 컸다. 링오브케리와 발린스켈리그의 아름다운 마을들의 색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캐이어시빈과 포트매기 등 아름다운 마을들을 그냥 지나쳐야 해서 너무 아쉬웠지만,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올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나보다 더 뒤에 이 지역을 방문한 후배가 코크 사진을 보내왔는데 너무 부럽다. 꼭 다시 올 수 있기를..
오늘은 여행의 종착지인 더블린까지 가야한다. 도중의 킬케니를 들려야하나 고민도 잠깐했지만, 날씨가 좋아지고 있고 케리의 아쉬움이 커서 무리하더라도 잠시 머무르기로 했는데 아일랜드 여행 중 손꼽히는 좋은 결정이다.
킬케니는 말 그대로 킬케니 맥주가 유명한데, 어디선가 들어본 스미스윅스도 킬케니의 맥주다. 인구 2만의 작은 도시가 세계적인 맥주를 두 종류나 만들어내고 있다니 대단하다. 스미스윅스나 킬케니 맥주 모두 17세기부터 시작했다고.. 스미스윅스는 레드에일, 킬케니는 기네스와 같은 크림 맥주로 유명하다.
배고픈 관계로 킬케니성이 바라보이는 해자 옆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하기로.. 치아바타 샌드위치와 인도식 피자를 주문했는데, 아일랜드 맛집 검색은 왠만하면 믿지 말자. 영국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맛집이라 소문난 곳도 옆집보다 나은 정도로 보면 정확하다. 식사가 아니라 그냥 주린 배를 채운다 정도로 음식을 대하자. 분위기는 맛집 인정.
시간도 많지 않고 입장료도 꽤 있어서, 간단히 로비 정도만 돌아보고 성 밖으로 가 보았다. 꽤 넓고 웅장한 건물과 잔디 정원. 킬케니는 버틀러 가문의 도시라 해도 무방한데, 노르만족이 아일랜드를 침략할 때 버틀러 가문은 이 지역을 차지하고 무려 600여년 동안 지배의 실효성을 갖는다. 가문의 재정이 악화된 1967년에야 성을 시에 팔았다고 한다.
이 작은 도시에 비행 저지를 만한 곳도 없는 지 청소년들이 모여 원반던지기, 독서 등 건전한 일들만 벌인다.
시가 방만하게 운영할까봐 '여기 관광객도 있어요'라고 알려주는 것은 기본. 사실 옆구르기를 비롯해 여러가지를 시전했는데 민망해서 차마 올리지 못하겠다.
아찔한 즐거움 성 캐니스 성당 첨탑
킬케니에는 작은 도시임에도 역사가 오래된만큼 많은 성당과 교회가 있다. 그 중 아일랜드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라는 캐니스 성당까지 걸었다(대중교통이라는 것이 필요할까?). 아일랜드는 코크나 골웨이가 두세번째 큰 도시일 정도로 더블린을 제외하고는 유명 관광지는 모두 걸어다닐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캐니스 성당은 예배당과 첨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요금을 받는다. 두 가지를 한꺼번에 보면 할인 되지만, 너무 늦게 도착해서 예배당 입장은 허락되지 않았다. 첨탑만 보기로 한 뒤 엄청 후회했다. 예배당을 못 봐서가 아니라, 첨탑 오르는게 너무 무서워서 ㅠ 위로 갈 수록 점차 좁아지고, 망루 위의 안전망도 충분히 높지 않다.
관광도시마다 높은 곳에서 전망하는 건물이 있지만, 킬케니는 도시에 높은 건물이 없어 캐니스 성당의 첨탑에 오르는 것만으로 이런 훌륭한 뷰를 얻는다. 우리 지방 소도시들도 대도시처럼 높은 건물 경쟁은 이제 좀 그만뒀으면.
킬케니의 관광지들도 무척 재밌었지만, 더 좋았던건 킬케니의 작은 길들이다. 좁은 길에 사람과 차가 같이 다니다보니 걷기 편했던 건 아니지만, 주변의 건물들이 코 앞에 다가와 재밌는 걷기가 된다.
몇 시간 머무르지 않았지만,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더 많은 여행기는 위시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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