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에서 골웨이까지는 고속도로로 이어져 있어, 2시간반에서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 가능하다. 기왕 렌터카를 이용하는 만큼 주변 관광지를 들러보기로 하지만 이렇다할만한 곳이 없었다. 그나마 클론맥노이즈라는 오래된 수도원 유적지가 있다해서 잠시만 머무르기로 했는데, 꽤 오랜 시간 거닐 수 밖에 없을만큼 감동적인 곳이었다.
김영하씨는 새로운 곳을 갈 때마다 묘지를 방문한다고 하는데, 피라미드 쯤 되지 않는 이상 묘지 구경하는 여행은 흔치 않을 것이다. 클론맥노이즈는 들려봄직하다. 시애런이라는 수도사가 계시(?)를 받아 6세기(이는 아일랜드 수도원의 역사에서 꽤 초창기다)에 수도원을 지었고 9세기부터 12세기까지 아일랜드의 왕들이 여기에 묻히게 된다. 이는 매우 중요한데, 많은 재정적 지원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클론맥노이즈와 인근은 주요한 무역거점으로 발전하게 되지만, 이후 근처 애슬론이 발전하면서 인구가 대거 빠져나가며 쇠퇴한다. 형태만 남아 있는 수도원이지만 아직도 묘지로써 활용되고 있다.
마침 한쪽에서 장례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비장함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오랜만에 만났는지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 했다. 우리와 다르게 죽은 이와 산 자들이 함께 살고 있는 유럽의 문화는 볼 때마다 생경하다. 특히, '누구의 아들' 이런 형식적인 문구보다 좋은 기억들을 새겨 망자를 떠 올릴 수 있도록 하는 묘비 문화는 부럽기도 하다.
아일랜드의 십자가는 조금 다른 형태다. 프랑스로 건너가 '님부스' 십자가로도 알려졌는데, 다신교를 믿는 이들을 포섭하기 위해 생산을 상징하는 태양을 결합했다고, 혹은 태양보다도 십자가가 더 위에 있다라는 권위를 나타낸다고도 전해진다. 아무래도 전자의 주장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클론맥노이즈의 십자가는 콜맨 수도원장이 플란 왕을 추모하며 4m의 높이로 세웠다고 한다. 네 면에는 십자가를 둘러싼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데, (당연하게도) 최후의 심판과, 다비드, 성 바울의 매장 등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진다고 한다. (솔직히 성서에 문외한이라 어떻게 이어지는 지는...)
※ 입장료는 6유로로 싸지 않은 편인데, 비지터 센터 옆 쪽의 작은 길을 따라가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다른 여행기에 이렇게 쓰여 있어서 길을 찾아 보았지만 쉽진 않았다. 다행히 이 곳에서 일하는 아저씨의 트랙터를 따라 들어갈 수 있었다. (장례하는 곳 옆 쪽으로 마을에서 이어지는 길도 있는 듯)
더 많은 여행기는 위시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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