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의 유일한 별 세개 미슐랭 그린 가이드 - 리츠린공원
미슐랭 가이드라고 하면 대개 맛있고 분위기 좋거나, 가성비 훌륭한 맛집(빕구르망)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에 대한 발간 책자가 미슐랭 레드가이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 국가의 이름난 경치나 문화재에도 등급을 매긴 것이 미슐랭 그린 가이드라고 한다. 레드 가이드와 마찬가지로 별 세개(Highly Recommended), 별 두개(Recommended), 별 하나(Interesting)으로 구별된다. 리쓰린 공원이 별 세개라고 하는데, 교토의 료안지나 금각사, 청수사 등의 수준을 떠올리면 되고, 국내에서는 창덕궁, 경복궁, 창덕궁 후원, 수원 화성 등이 별 세개 문화재다.
단, 시코쿠의 유일한 별 세개 명승지이긴 하지만, 바다 건너 오카야마의 고라쿠엔도 별 세개 그린가이드에 포함되어 있다. (구라시키는 별 두개). 리쓰린 공원은 일본 정부에서 지정한 시코쿠의 유일한 국가명승지기도 하다.
리쓰린 공원은 1600년대 다카마쓰 번주인 마쓰다이라 요리시게부터 5대 동안 만들어진다. 연못을 파고 중앙에 얕은 산을 모사한 회유 정원(이케이즈미, 池泉庭園, 정원의 형태는 2일차 고라쿠엔 참조)으로, 연못 가운데는 전통 찻집 기쿠게츠데이가 자리 잡았다.
전통적인 남쪽 호수 주변의 이케이즈미 양식과 함께, 근대적인 북쪽 정원이 존재하는데, 아무래도 전통적 양식쪽이 일본 정원을 즐기기엔 더 낫다.
히라이호에서의 정원 뷰가 가장 유명하지만, 리쓰린의 하이라이트는 옛사람들이 즐겼을 기쿠게츠데이에서 바라본 정원이 아닐까 한다. 다가 가기보다는 바라보는 정도로 머무를 수 밖에 없지만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정원에 다가갈 수 있는 곳이다.
* 기쿠게츠데이에서 차를 팔고 있지만 특정 공간에서만 마실 수 있도록 제한되어 있다. 차는 괜찮은 편이지만, 위의 경치를 바라보려면 꼭 차를 구입할 필요 없이 안쪽 깊숙이 들어가 자리 잡으면 된다.
한잔 후에 하는 우동 - 츠루마루
전국적으로 소문난 1981년에 개업해서 이제 40년 가까이 되어가는 '두루미 무리'라는 뜻의 이 우동집은 특별하다. (에도시대에는 두루미로 국을 끓여 먹었다고 하는데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수타와 도삭이 이루어지고 있고 어쩌면 일본인의 국민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카레와 결합했는데도, 식사 시간에 영업하지 않는다(오후 8시 ~ 새벽 3시).
'한잔 후에 하는 우동'. 국내에서도 포장마차 우동은 의례 3차쯤 되면 술기운을 줄이려고 가게 되는데, 츠루마루 역시 그 컨셉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양복을 입은 직장인 비중이 상당히 높은데, 다카마쓰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자극적인 카레의 맛이라니 소문나지 않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때때로 술기운에 목소리가 높아진 손님들도 있지만, 대체로 살짝 활기차 있고 '부어라 마셔라'보다는 우동과 오뎅을 안주삼아 마무리 한잔 정도 하는 곳이다.
'오뚜기 카레'라는 이름의 레토르트 형태로 소개되면서 1960년대에 국내의 카레 대중화가 이루어진 반면, 개방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은 이미 1800년대 영국함대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인도를 식민지화한 영국은 무더운 날씨에 쉽게 상하는 음식들로 무척 고생하다가, '커리'는 쉽게 상하지도 않고 필수 영양이 높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유럽에 들여와 보급한 인도의 커리는 상대적으로 고기 비중이 높고 밀가루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지역에 따라 유제품을 넣기도 하는데, 일본식처럼 밥과 같이 먹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밀가루 전병(란)과 함께 한다.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고기 대신 채소의 비율을 높였고, 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들어 밥 위에 한 스푼씩 부어 먹는 방식으로 개량(오뚜기 카레는 모두 부어서 한꺼번에 비벼 먹는 방식으로 소개했으니, 방식 자체는 한국식이라 할 수 있을까)하였다. 일본인 두 사람이 이를 레토르트로 구현해 특허 등록까지 마쳐 있는 상태라 하니 '커리'는 몰라도 '카레'는 일본 고유 식품이라 할 만도 하다. (피자가 미국꺼나 이태리꺼냐 하는 느낌일 듯)
카레 자체는 밀가루가 포함된 일본 스타일로 그다지 특이하지 않지만, 포함된 소고기는 무척 부드러웠다.
활기차고 맛 좋은 이자카야 - 욧테야
일본식 술집은 크게 세가지로 구별된다. 서서 먹는 타치노미야, 앉아서 먹는 이자카야, 그리고 옆에서 구워주고 요리해주는 로바다야끼. 이자카야를 선술집이라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타치노미야가 선술집(서서 술 먹는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겉은 포장마차지만 안에 들어가서는 앉아서 마시는 이자카야인 욧테야는 가뜩이나 인기 많은데 국내에서 배틀트립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정작 도착해서는 한국말을 들을 순 없었고 운 좋게 만석 직전이어서 일본인 커플(?)과 합석했다. (일본어 못해서 걱정 많이 했지만 신경 안쓰고 각자 잘 마셨다.)
역시나 중심가이고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양복 입은 직장인(아직도 일본은 업무복 자율화가 요원한듯)들이 많다. 함께 앉은 사람들의 나이대가 엄청 다양하지만, 크게 웃고 즐기는 것이 서로 격이 없어보였다(부장님이 엄청 재밌는 분이거나, 부하직원들이 눈치 백단이거나). 사실, 일본 어느 술집에 가나 흔한 광경으로 나이에 대한 위계는 크지 않은 듯 느껴진다. 우리만큼 직장 생활에서 연공서열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많이 변화되는 중으로 조금만 친해지면 성 없이 이름만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애니메이션에서처럼 성과 함께 부르거나 성에 '~상' 이렇게 부르면 오타쿠로 간주되기 십상이라고.. 언어 자체에서도 '친구'가 흔히 동갑내기를 일컫는 반면에 '도모다찌'는 나이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호네츠키도리(닭다리 구이)와 치맥하는 것이 다카마츠 포장마차의 흔한 모습이지만, 닭을 못 먹어서 이것 저것 시켜서 먹었다. 군만두를 시작으로 감자구이, 야끼 소바, 라면 등을 안주로 맥주 산토리 하이볼 몇 잔을 마셨는데, 그 흔한 안주들 하나하나가 범상치 않다. 활기차고 떠들석한 분위기에서 맛 좋은 안주를 아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 일본식 포장마차에서는 각 지역 특산물 요리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철 음식이어서 메뉴판에서 확인하기 어려운데, 위 사진에서처럼 붙여 놓거나 칠판에 써 있는 경우가 있다. 일본어를 잘 몰라서 인근 쇼도시마의 올리브로 만든 요리와 제철인 방어 요리를 못하고 온 것이 아쉽다.
더 많은 여행기는 위시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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