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닮은 일본식 정원 - 고라쿠엔
어차피 자연에 있는 것들을 재배치 하는 것인데 자연을 닮았다고 하는 말이 이상하지만, 일본식 정원을 다른 나라의 것들과 구별할 때 이보다 더 적합한 말을 찾기도 쉽지 않다. 고라쿠엔은 백성들을 근심하고 자신은 모두가 평화로울 때 즐기겠다는 선우후락(先憂後樂)에서 온 말로 오카야마 번주 이케다 쓰나마사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래서일까. 사실 사적인 공간으로 정원이라 불려야 마땅하겠지만 공원이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고라쿠엔 공원은 오카야마 번주 이케다 가문의 정원으로 그 옆에는 (당연히) 오카야마 성이 자리잡고 있다. 검게 장식되어 까마귀의 성으로도 불린다.
시민들이 (물론 유료지만) 자유롭게 촬영, 산책 등을 이용할 수 있어 공원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고라쿠엔은 이바라키의 가이라쿠엔, 이시카와의 겐로쿠엔과 일본의 3대 정원으로 불린다. (국가가 지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아무튼 그렇게 불린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식 정원이라고 하면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교토의 료안지나 은각사의 모래바다에 분재 혹은 암석이 놓여 있는 형태를 떠올리지 않던가. 그런 형태를 가레산스이(枯山水)라고 하는데 흔히 Zen-Style이라고 불리우며 헤이안 시대와 무로마치 막부 시대에 선종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가레산스이가 일본 정원의 모두는 아니다. 다른 나라의 정원들이 자연 그대로의 크기와 구성을 갖고 있지만, 일본 정원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이상화된 것들을 축소 혹은 대비하여 배치하는 상징적 정원이다. 가레산스이도 그 한가지이며 이케이즈미(池泉庭園)와 같이 연못 주변에 자연의 산수를 배치하여 표현하기도 하는데, 고라쿠엔도 그 일종이다. 다른 유명한 양식은 로지(露地)로 다실로 가는 정원에서 잡념을 버리고 다도세계로 초대하기 위해 사용된다.
우리 나라와 비교하면 일본 정원의 특색을 좀 더 알기 쉬운데, 일본 정원도 차경을 이용하지만, 연못 정자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인위적 방식인데 반해, 우리의 정원은 담양 소쇄원과 같이 자연의 흐름과 맞닿아 있는 곳에 정자를 배치(별서정원)한다. 일반 가옥에서는 마당을 비워둠으로써 정원과 마당이 이어지게하여 빛, 바람, 냄새, 소리를 마당으로 끌어(가옥정원) 오며 담장도 낮추어 외부와 내부의 단절을 최소화한다. 아울러, 일본의 정원을 가꿀 때는 최고급 나무들을 이용하고, 우리의 정원은 그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나무들로 구성하는 것도 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중국의 정원은 원림(園林)이라고 하는데, 뜰에 숲을 조성한다는 뜻으로 동굴, 산, 건축물 등 정원 안에 소세계를 만들게 된다.
시민의 힘으로 보존된 전통 마을 - 구라시키
전통 상점 거리로 유명한 구라시키 마을은 사실 바다였다. 간척사업으로 이루어진 땅은 코지마만과 이어지는 구라시키 강 주변에 위치해 교통의 요충지가 된다. 작은 마을이었던 이 곳에 상공인들이 몰려 들어 활기가 차고, 다행히도 전쟁의 포화를 한번도 겪지 않아 1700년대 형성된 거리가 그대로 유지된다. (미군은 오카야마현 제2의 도시 구라시키 폭격도 계획하고 있었으나, 그 전에 전쟁은 종료된다.)
1960년대 일본 정부는 구라시키의 상품성에 주목하여 특별 미관 지구로 지정한다. 자동차는 다닐 수 없고, 전봇대들은 모두 지중화해 그 위치로는 가로등을 세웠다. 방적공장을 호텔과 대형 상점가로 개보수(아이비스퀘어)했고, 오래된 집들의 임의 보수를 금지한다. 1988년 6명의 건축가들이 '옛날 민가 재생 공방'을 열어 민가를 재생하는 방법을 교육하며 주민을 자각시킨다. 2013년 구라시키 이야기관 재생사업으로 일본 건축대상을 수상하고, 이 과정 속에서 구라시키 시는 미관지구 조례를 만들어 주위에 큰 빌딩이 들어서거나 임의로 개발되는 일이 없도록 했다.
<구라시키 강 주변은 옛 건물과 버드나무, 가로등 그리고 사람들의 길만 존재한다.>
<어느 상가 하나도 임의로 개축할 수 없어 옛날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구라시키는 수백만의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고급식당이나 주점보다 공예품이나 전통 음식 등의 영업이 주를 이룬다>
구라시키의 상점들은 현대적인 내부를 갖추고도 이전 가옥의 스케일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반가운데, 종로 익선동이 언뜻 떠 오르지만, 살짝 고급스럽고 비싼 음식과 주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익선동에 비해 구라시키는 여전히 당고떡이나 작은 예술품들의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수백만이 찾아오는 관광지에 젠트리피케이션은 없었던 것일까? 주민들은 일찌감치 '구라시키 마을 만들기 주식회사'라는 만들어 재생 사업에 관여하고 있고, 지방정부와 상공인들, 그리고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구라시키 중심가 활성화 협의회에서 지역 재생과 상생을 위해 치열하게 토의한다. 임대료 상승을 조례로 제한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10년대에 새로 개발된 하야시약품지구, 나라망 여관지구, 시로이 저택지구가 디자인 상점, 음식점, 문화 생활 공간으로 무려 20년 장기임대 되었다.
새로운 개발지구에 비싼 임대료로 큰 기업들을 유치하면 당장 시의 재정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지만, 구라시키는 당장의 배부름보다 게으르고 늦지만 포근한 행복을 찾아가는 관광지였다.
더 많은 여행기는 위시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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