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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여기저기/명소

[연천] 전곡선사박물관

by 마고커 2024. 6. 23.


오랜만의 여유 있는 주말이어서 관심있었던 전곡선사박물관을 가기로. 곁들여 오는 길에 국립민속박물관의 분관도 거쳤다.

 

전곡선사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은 유적지와 박물관으로 나뉜다. 캠핑장도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유적지 인근의 숲길은 산책에 좋았다. 좀 더 숲길을 즐기고 싶었으나 비가 시작되어 바로 박물관으로 직행.

 

연천군 전곡리는 인류사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구석기 시대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쓴 곳은 유럽과 근방 일부라는 모비우스 학설을 무너뜨린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던 애리조나대학교 고고학과 출신인 그렉보웬은 여자친구 이상미씨와 데이트하던 중 코펠에 커피를 끓이기 위해 주변의 돌을 찾다가 특이한 형태의 돌을 발견한다. 이를 프랑스 학자에 보냈고, 프랑스 학자는 당시 국제 교류가 있었던 서울대 김원용 교수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그렉보웬과 김원용 교수

 

여러 차례의 조사를 거쳐 유물 4,500점을 발견하게 되고, 경기도는 2006년 국제 공모를 통해 전곡선사박물관을 건립하기로 한다. 무려 380여개의 건축사무소가 공모하였고 프랑스의 XTU(니콜라스 데마지에르, 아눅 르정드르)의 '선사유적지로 통하는 문'이 당선된다. 방문자들은 대체로 이무기 타고 선사시대로 간다고 이해하지만

 

생태와 어울리는 형태와 재생에 초점을 두는 사무소답다. 주위를 둘러싼 낮은 산들 사이에서 아늑하게 자리잡는다. 

 

 

지붕위의 산책도 가능한데, 그 길을 걷다보면 건축가의 의도가 더 잘 이해된다. 다만, (이런 특이한 형태의 건물이면서도) 박물관 어디에서도 건축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가 없었고, 큐레이터들에게 물어봐도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고, 자료도 없다고 한다. 

 

 

XTU의 작품들 (ChatGPT)

 

  • Cité du Vin (2016, 보르도): 와인 문화에 대한 전시 및 교육을 제공하는 이 건축물은 유려한 곡선 디자인과 혁신적인 외관으로 유명합니다.
  • Jeu de Paume (파리): 파리의 현대 미술관 중 하나로, 미술과 문화를 위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 Smartseille (마르세유):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 프로젝트로, 생태학적 설계와 스마트 기술을 통합한 주거 및 상업 공간을 포함합니다.
  • Seine Musicale (부흐발): 음악 공연과 관련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 에너지와 친환경 디자인 요소가 특징입니다.

 

 

 

전시 구성도 그렇게 좋지 못했다. 백과사전에서 볼 수 있는 지식의 나열보다 '왜, 전곡리였을까'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더 많은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곳으로 이동과 물고기 얻기가 쉬웠고, 화산 폭발로 인해 다양한 동굴과 바위가 있어 방어에 유리했고, 산과 숲으로 사냥에도 유리했으며, 당시 한반도의 기후는 온난해서 살기 좋았다. 박물관에는 이런 설명과는 관계없이 연천군의 지질이라는 나열식 설명만 존재했다. 

 

주먹도끼가 전시의 주인공인것까지는 좋았지만, 인류사에 끼친 영향을 좀 더 강조했으면 박물관의 의의가 좀 더 다가오지 않았을까. 그래도, 하나하나의 설명을 천천히 읽다보면 문자 이전의 시대가 조금은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다만, 너무 옛날식 사고로 설명을 해 놓은 것들은 검증이 필요하다. 진화의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으며, 마치 유인원이 발달 단계에 따라 인류로 변한 것처럼 설명을 하고 있다.

 

 

이를 테면 위와 같은 설명이다. 고기를 잘라 먹게 되어 턱 전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다. 고기를 자르고 익히게 되니, 소화기관에 에너지를 쏟는 종보다 소화기간이 짧아져 남는 에너지를 뇌에 쏟게 된 돌연변이들이 생존에 더 유리해졌던 것이 맞지 않을까. 크고 단단한 턱이 필요했던 종보다 언어 사용에 유리한 치아와 턱이 작은 돌연변이들이 더 협조적일 수 있었다. 협력기관에 서울시립과학관도 있던데 신경 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수준급이었던 유적지와 건축물 등 외적인 요소에 비해, 전시와 운영은 너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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