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나 허츠 (Norina Hertz)
저자의 홈페이지(https://noreena.com/about/)를 보니 학자라기보다는 셀럽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지만, 런던대학교와 와튼의 MBA를 거쳐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제와 정치, 그리고 사회의 연결고리를 탐색해 왔다.
고립의 시대(The Lonely Century)
노리나 허츠는 전세계적 베스트셀러 '고립의 시대'에서 초연결 시대에서의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밀레니얼 세대 다섯명 중 한명은 친구가 없다고 하고, 10~30대의 절반 정도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신자유주의는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나누고 차별하며 외로움을 부추겼다. 외로운 신체에서는 코르티솔 분비가 빨라져 스트레스가 증가할 뿐 아니라 심각한 질병에도 취약해 관상동맥질환이나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비정통파 유대교 하레디 사람들은 덜 종교적 유대인에 비해 소득은 절반정도이고 근친혼을 하기 때문에 유전 질환에도 취약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기대수명은 평균보다 높다. 공동체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고, 기도하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일을 함께 한다. 채석장에서 고된 일을 하는 펜실베니아 로세토 사람들은 담배와 와인을 즐기지만, 심장질환에는 훨씬 덜 걸린다. 그들은 공동체적 지지로 유명한 이탈리아계 미국인이 절대다수다.
노리나 허츠는 헝가리의 오르반, 필리핀의 두테르테, 중국의 시진핑, 터키의 에르도안, 미국의 트럼프 등 포퓰리즘의 득세를 외로움으로 설명한다. 조사 결과,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다양한 도움이 필요할 때 누구에게 가장 의지하느냐고 물었을 때 '혼자 해결한다'는 응답이 버니샌더스나 힐러리의 지지자들보다 높았다(내 생각으로는 지지자 구성 특성을 같이 봐야 할 것 같은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친구나 지인이 더 적었고, 그들과 보내는 시간도 더 짧았다.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오바마 정부는 그들의 일에 영향을 주게 되었고, 트럼프는 그들에게 'Make America Great Again'을 제시했다. 경제적 불안은 사람들을 외롭게 하고, 권력자들이 그것을 알아주지 않을 때 그 외로움은 깊어진다. 그리고, 트럼프는 코로나 시기에도 방송보다는 집회를 다수 갖었으며, 'I' 보다는 'We'와 'Us'를 사용한다.
---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50% 이상의 대도시 사람들은 그들의 도시가 살기 외롭다고 대답했다. 1) 잼의 종류가 많아지면 아무 것도 선택하기 힘든 것처럼, 헤드폰에 귀를 덮고 휴대 전화를 보며 고립상태에 파묻히는 방식으로 개인적 보호막을 치며 그들의 도시를 더 무례하고 무뚝뚝하고 차갑게 만든다. 2) 타인의 물리적 혹은 정서적 공간에 이유없이 침범하는 것을 무례하게 여기는 사회규범이 발달하며 이웃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30%에도 못 미친다. 도시에서의 걷기 속도는 점점 빨라졌는데, 광저우나 싱가포르에서는 30년전에 비해 약 20~30% 증가했다. 존 달리와 대니얼 뱃슨의 '착한 사마리아인 실험'에서처럼 목사들조차 설교 내용보다는 약속 시간이 중요한 사회다. 3) 먼저 웃어주면 상대방도 친절하게 대할 것을 알면서도 먼저 인사하는 작은 상호작용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4) 집주인보다 세입자의 수가 많아지며 서로에게 부탁을 하거나 유대감을 쌓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5) 일부 도시는 혼자 사는 비율이 40%를 넘기 시작했다. 자급자족할 능력과 독립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사별, 이혼, 경제적 불안, 많은 나이와 나쁜 건강 등도 이유가 된다. 혼자 사는 사람은 외로움을 느낄 위험이 더 많아진다. 6) 상대와 밥을 먹기보다는 유튜브 먹방을 보며 혼자 식사한다. 외로움은 일부 줄어들지 모르지만, 정서적이 아닌 금전적 거래이므로 공동체를 구축하고 포용적 민주주의를 떠받칠 기술을 연습할 기회는 줄어들게 되었다.
---
아마존고, 그리고 식당의 태블릿 주문은 편리함을 주지만 일상에서 인간을 쫓아낼수록 우리는 필연적으로 외로워지게 된다. 시애틀은 노숙자가 쉬는 평지에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고, 샌프란시스코는 대성당 앞 광장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노숙자들을 내쫓았다. 샌프란시스코는 민주당 출신의 하원의장 낸시펠로시의 지역구다. 런던의 한 주택단지에서는 보조금을 받는 세입자의 출입문을 따로 만들었으며, 영국에서는 금융 위기 이후 800개의 공공도서관이 사라졌다. 이런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 바르셀로나 주정부는 차가 없는 슈퍼블록을 만들었고, 벨기에 도시 루셀라러는 과도한 임대료를 고집하는 건물주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221. 우리가 하루에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평균횟수이며, 시간으로 보면 매일 평균 3시간 15분, 1년에 거의 1,200시간이다. 10대 대부분이 거의 항상 온라인 상태다. 병원에서 만난 다른 환자에게 미소 짓지 못하게 하고, 버스에서 다른 승객에게 고객 숙여 인사하지 못하게 하는 사이, 휴대전화 스크롤을 내리고 영상을 시청하고 트윗을 읽는다. 18~34세의 젊은이 중 75%가 전화 통화보다 문자 메시지, 그 중에서 더 짧은 것을 선호했다. 그럴수록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은 부족해지고, 다른이에게 덜 협조적이게 된다. 소셜 미디어에서 친구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자신은 우울해진다. 평범한 사교모임조차 인스타그램에서 기념되고 우리의 부재는 쉽게 눈에 띈다. '좋아요'를 받지 못하면 공개적으로 거절당했다는 창피함마저 느낀다. 저자는 미성년자에게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좋아요'와 같은 중독요소와 스크롤링을 유도하는 화면 구성을 제거할 것을 요구한다. 혐오표현이나 폭력물 공유에 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거대 기술 기업이 스스로를 개혁하도록 강력한 규제를 촉구한다.
효율성을 목표로 한 오픈 플랜(칸막이 없이 뻥뚫린) 오픈 플랜식과 고정 자리가 없는 핫 데스킹 사무실도 외로움을 유발시킨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옆 소리의 소음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하고 고정 자리가 없다보니 주위 동료들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도 어렵다. 동료들과는 이메일과 메신저로 일하고, 늘어난 재택근무로 외로움은 현저히 심화된다. 점심시간에 동료들과 이야기하기보다는 혼자 샌드위치를 먹거나 넷플릭스 시청, 아마존 쇼핑을 한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친절과 다정은 중요한 평가 항목이 아니고, 이러한 자질이 요구되는 교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의 급여 수준은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기술 기업 시스코는 더 포용적인 직장을 위해 남에게 특별히 도움을 주었거나 친절하거나 협력적인 직원을 지명하여 1만 달러까지 현금보너스를 지급한다.
노리나 허츠는 이 모든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정부 역할의 확대를 주문한다.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덤스미스가 국부론 외에도 도덕감정론을 썼듯이, 저소득자와 긱이코노미 노동자들을 위한 적극적 예산 집행을 요구한다. 민간에게는 쉽게는 직장에서 대면 접촉을 늘리고, 이웃들에게 미소 지어줄 것을 요청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마을의 사업과 커뮤니티에 적극 참여하여 연결을 회복하길 원하고 있다.
'인간의 가치 탐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간의 가치 탐색] 마야 괴펠 (0) | 2023.05.08 |
---|---|
[인간의 가치 탐색] 장 폴 사르트르 (0) | 2023.04.02 |
[인간의 가치 탐색] 에바 일루즈, 에드가르 카바나스 (0) | 2023.03.26 |
[인간의 가치 탐색] 한나 아렌트 (0) | 2021.07.04 |
[인간의 가치 탐색] 게오르그 짐멜 (0) | 2021.07.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