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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치 탐색

[인간의 가치 탐색] 마야 괴펠

by 마고커 2023. 5. 8.


마야 괴펠 (Maja Göpel)

 

경제학자라고 하면 의례 애덤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시장경제를 떠 올리기 쉽다. 케인즈나 마르크스까지 고려해 보아도 이들 모두는 경제는 '성장'한다는 전제를 갖고 이야기할 뿐이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녀는 단지 '경제학자'가 아니라, '정치 경제학자' 그리고 '지속 가능성 과학자'다. EU와 UN에서 일했으며, 독일 정부가 지속 가능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하는 '독일 글로벌 변화 자문회의'의 사무총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매진하고 있는데, 브뤼헤의 '유럽대학(College of Europe)'의 객원 교수로 있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생각

 

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나타내는 탄소발자국과 더불어 '생태발자국'이 있다. 한 명의 인간이 소비하는 식량 생산에 필요한 농토와 목초지, 그가 이용하는 도록나 주거하고 일하는 토지 면적, 그리고 숲의 면적도 계산에 넣는다. 생태 발자국은 인간이 소비하는 자연 물질을 헥타르 단위로 바꾸어 계산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인류의 생태 발자국은 지구가 베푸는 범위 안에 있었지만, 1970년대 중반 이후 그 한계를 넘어섰다. 2019년에 1년에 쓸 자원의 양을 다 쓴 날짜는 7월 29일이었으며, 저자의 조국 독일은 5월 3일이었다. 1997년의 교토 의정서, 2015년의 파리 협약과 같은 노력이 있었지만, 오로지 금전적 이든만 쫓느라 여전히 그 해악을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는다.

 

독일에서만 한 해에 120억개의 달걀이 생산되며, 6억 5천만 마리의 닭이 도축된다. 태어나자마자 분쇄기로 갈리는 (수컷) 병아리는 4,500만 마리다. 이렇게 동작하는 것이 인간의 경제 시스템이다. 자연에서 건강하게 살던 닭의 품종을 비실비실한 품종 몇 가지로 확 줄여 놓았다. 넘쳐나는 의류 생산으로 매년 9,,200만 톤의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솔로와 같은 경제학자도 '자연 자원을 다른 요소로 매우 간단하게 대체할 수 있다면 원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자연 과학의 성과를 무시한다. 월마트는 화물차들의 배기가스를 줄였으며, 냉장 설비의 전력 소비를 낮추었고, 포장재를 최소화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 시도했다. 아울러 매장 지붕에 태양광 설비를 갖추어 미국 최대의 전력 공급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마야 괴펠은 월마트는 여전히 경제 성장에 기반을 둔 인류 중심의 회사일 뿐이라고 평가한다. 꿀벌을 대신할 드론을 만들어 식물의 수분을 늘리려는 그들의 행위처럼.

 

최후 통첨 게임은 경제학자들을 당황시켰다. 작은 금액이라도 받는 게 유리할텐데, 이익보다는 공감이 더 중요했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애덤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 찰스다윈의 적자생존을 변할 수 없는 진리처럼 설파하지만, 애덤스미스가 도덕 감정론에서 시장규제를 옹호한 것이나, 데이비드 리카르도가 전세계를 휩쓸 금융을 가정하지 않았거나, 찰스다윈이 인간이 아닌 환경에 적응하는 개체의 생존을 이야기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는다. 인간은 환경을 인간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고 적자생존을 이야기한다.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비율을 살펴보면 경제성장의 그래프와 정확히 일치한다. 1970년대의 석유파동, 90년대의 소비에트 붕괴, 2008년의 금융 위기에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살짝 무뎌진다. 우리가 GDP(Gross Domestic Product)는 성장해야 한다는 신화를 믿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유조선 사고가 나서 기름을 걷어낸다면 그만큼 노동하고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GDP는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기름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GDP에는 계상되지 않는 비용항목이 된다. 아이를 출산한 부모가 출근하지 않는다면 GDP는 감소하지만, 가족의 행복을 GDP는 계산하지 못한다. GDP가 성장해야 한다는 이론적 배경은 '낙수이론'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파이 한 조각이라도 얻으려면 파이는 갈수록 더 커져야 한다는 말과 같은. 빌게이츠나 스티븐핑커와 같은 이들도 절대 빈곤층이 1820년대에 비해 비약적(94% -> 10%)으로 줄어들였다며 은연중 이와 같은 생각을 옹호한다. 하지만, 절대 빈곤층의 기준은 하루 생활비 1.9달러다. 이것이 가능한 가정일까? 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이 기준이 최소한 7.4달러는 되어야 한다며, 이 기준으로 2019년의 극빈층은 42억명까지 늘어나며 1981년보다 늘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상당수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중국을 통계에서 제외한다면, 빈곤층 비율은 60%로 정체된 상태다.

 

기업들은 비축한 재산을 생산적 투자에 쓰지 않고 공공재를 사들여 손쉽게 돈을 벌거나, 사업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주식 소각에 사용해서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데만 열중했다. 돈은 이미 곳간에 넘쳐나서 주주들에게 배당하지만, 그 돈이 굶주린 아이들에게 향하진 않는다.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기업의 합병으로 기존의 약을 '가치 있는 신약'으로 둔갑시켜 가격을 올리는 제약회사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기업의 성장 지표와 GDP가 '가치'가 새롭게 창출된 것인지 아닌지 전혀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분야가 통제를 받지 않으려고 규제완화 또는 탈규제를 부르짖던 1970년대 GDP는 금융분야를 합산하기 시작했고, 이는 실질적 가치와 가격의 갭을 크게 만들었다. 

 

기술의 발달은 혁신을 가져왔다. 더 적은 에너지로 더 밝은 빛을 만들어내는 백열등을 만들었다. 전기업자들은 더 적은 에너지 소비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려고 전기 요금을 높였지만, 이로인해 남아도는 전력은 오히려 가격을 떨어뜨려 소비를 촉진했다. 생택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리바운드 효과'라고 부른다. 사람들에게 발전은 '기술의 발달'과 동의어이며 인류 역사를 성공의 역사로 치장해 주지만, 물질적 성장을 위해 자연을 착취하도록 도왔다. '기후변화', '생물종 멸종' 등 글로벌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의 규제나 금지 대신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계속 하자. 다만 더 효율적으로'

 

1950년대 폭스바겐의 딱정벌레 자동차의 연비는 100km당 7.5리터였다. 1990년대말 같은 회사의 비틀 역시 동일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딱정벌레가 26.5마력이었던 반면, 1998년의 비틀은 90마력이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최고 시속은 98km/h에서 200km/h로 두배가 되었다. 딱정벌레의 무게는 739kg이었지만 비틀은 1.2t이다. 친환경적 대안이라는 전기자동차에도 리바운드 효과는 숨어 있다. 아우디 이트론은 차체가 2.5t이 넘으며 배터리만 700kg에 달한다. 이 배터리 제작에만 15~20톤의 이산화 탄소가 발생하는데, 연비 좋은 경유 차량이 20만 km를 운행하면서 발생시키는 양과 같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율성'이란 하나의 가격으로 '1+1'을 노리는 심보와 같다. 

 

케인스는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이라는 에세이에서, 인류가 경제 문제를 해결했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물음을 제기한다. 그 자유로워진 많은 시간으로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케인스는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교양을 쌓는 데 더욱 힘 쓰고, 예술과 문화에 흠뻑 빠져보는 것이 행복한 인생일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거나 뽐내기 위해 사진을 올리고, 이는 새로운 물건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어 소비를 늘려주는 관심 경제 속에 살고 있다. 기술 발전 그 자체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자연을 망각한 컨베이어벨트 경제에서 순환의 경제로 나아가는 대전환에 기술 발전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기술 발전을 이 목표에 맞춰야지, 돈벌이부터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이 모든 문제에 저자 마야 괴펠은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을까?

 

코넬대학교의 교수이자 경제학자 알프레드 칸은 '소소한 결정들의 폭거'라는 에세이에서 자가용 이용자의 증가로 없어진 철도 노선에 관해, 근본적으로 누구도 원치 않으며 최선이라고도 할 수 없는 '시장의 실패'에 대해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기술 혁신은 국민의 세금들로 이루어진 연구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철도, 우주비행, 원자력발전소, 컴퓨터, 인터넷, 나노기술, 약제 연구 등 자본주의를 선도해 온 대부분의 파격적 혁신은 과감한 결정과 자본 집약적인 사업 투자를 해온 국가 덕분이라고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말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와 같은 사실은 무시하며 세금조차 제대로 내지 않고 조세피난처에 '대피' 시킨다. 실리콘 기업의 6대 기업은 2010년대 1천억 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았고, 아마존만 해도 2018년에만 3%의 세금을 냈을 뿐이다. 케인스는 '자연 또는 미래 세대가 착취와 불이익을 방어할 수 없을때에도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는 온라인 배송 상품의 반품수수료 하한을 설정해 소비자가 물품을 신중하게 고르도록 할 수 있으며, 유기농산품에 보조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 크게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과감한 '탄소세'를 충분히 반영하는 등 국가는 공유재 이용의 명확한 규칙을 세우고 관리해야 한다.

 

빌게이츠는 본인의 자가용 비행기로 2017년에 최소 1,6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과거에는 부유층의 라이프스타일이 빈민층의 생활과 관련이 없고, 부자가 가난한 사람의 삶에서 무엇을 빼앗아갔는지 반문하며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과학은 이산화탄소가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냈는데, 빌게이츠는 38명의 사람들이 난방, 이동, 소비 등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비행기 타는 행위 하나만으로 혼자 만들어냈다. 존 롤스는 '무지의 장막'이라는 사고 실험을 통해 '무지의 장막 뒤, 그러니까 앞으로 어떤 위치를 갖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신은 세상을 어떤 곳으로 만들고 싶은가요?'라고 묻는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성장에만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전 세계 GDP의 10%를 보건 체계와 교육 시스템, 재생력을 가진 농업과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해 써야한다. GDP의 10%, 즉 8조 2천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은 어디에서 나올까? 이는 전세계 부자들이 '조세 피난처'에 숨겨 놓은 돈의 액수와 같다. 여기에 30%의 세율만 매기더라도 2조 7천억 달러가 공공예산으로 확보 될 수 있다.

 

높은 관세, 불법 복제 생산, 핵심 산업 중점 육성 등의 방법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이 한때 즐겨 썼던 것이지만, 이들은 개발도상국에게 이러한 행위들을 금지시킨다. 브라질은 아마존의 숲을 베어 경제 성장을 하고 싶지만 이들은 규제한다. 장하준 교수는 이를 '권력의 정점까지 올라간 사람이 그 사다리를 간단하게 걷어차는 것은 상당히 영악한 짓'이라며 비판한다. 에콰도르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는 부유국가가 각출한 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해 에콰도르 경제를 지원하면, 아마존 지역의 야수니 국립공원 아래의 석유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불신을 넘어설 제도적 장치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선진국들은 불신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유럽 노력 분담European Effort Sharing'과 같은 '부담 나누기' 모델은 탄소 배출권 거래로 구체적 실행력을 얻었고, 독일이 기후 정책을 빠르게 바꾸지 않는다면 이웃 국가들에게 600억 유로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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