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행] 우래옥, 세운상가, 서순라길, 정독도서관, 모모스커피

오랜만에 중구에 갔다가 모처럼 서울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몇년 동안 뜸했더니 서울도 많이 바뀌는 구나~~ 모르는 곳도 많고.

최종 목적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전시 소개와 함께 다음 포스팅에서 ;-)

 

 

우래옥(又來屋)

 

다시 돌아오는 집이라는 뜻답게, 평냉 매니아들은 결국 '돌아 돌아 우래옥'이 최고라고 입을 모은다. 십년전쯤 처음 접했을 때 '생각나는 맛'이지만, 정말 맛있다라고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가끔 가줘야 하는 걸 보면 우래옥이 맞는데, 이번에는 굳이 다시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육향이 깔끔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전의 고급진 느낌이 덜하다. 역시, 여의도 정인면옥이 내 마음속의 1등이다.

 

대기를 카카오톡으로 알려주는데 46번이었지만 20분 정도 지나니 들어갈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테이블 회전.

 

 

세운상가 : 다시, 세운

 

르꼬르뷔제의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철학을 이어, 김수근 사단이 설계했다는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 세운상가는 사실 김수근이 아닌 김현옥의 작품이라고 해야 타당할 것이다. 일제시대 방화대(목조 건물의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일부러 비워둔 곳) 자리를 불도저 시장이 성급하게 개발했다. 오세훈 시장이 철거하고 재개발 수익으로 종묘부터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하려고 했으나, 후임 박원순 시장에 의해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튼다. 2022년 오세훈 시장의 재당선으로 재건축이 다시 준비되고 있다. 

 

정치성향을 떠나, 오세훈 시장의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랜저가 국민차가 되는 시대에 1960년대 후반에 성과를 내기 위해 지어진 건물을 재생해야 한다는 논리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우래옥과 세운상가 사이에는 인쇄소들과 부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여전히 도시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 생태계 때문에 존속하는 것으로, 세운상가에 자리잡은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 공간을 마련해 주는 방안은 어떨까. 3층 건물이 수십층으로 바뀔텐데, 잘 타협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젊은 사장님들의 카페만 붐볐다.

 

 

서순라길

 

세운상가에서 종묘쪽으로 도로를 건너 종묘 왼쪽 담장길을 걸으면 서순라길이다. 도성(한양)을 순찰하는 이들을 순라군이라고 했는데, 경복궁의 오른쪽에 있지만, 임금은 남쪽을 바라보기 때문에 서순라길이 되었다. 불과 얼마전까지 익선동이 핫플이었지만, 차츰 서순라길로 넘어오고 있는 듯하다. 카페와 식당들이 하나둘씩 생기자, 서울시는 공예특화거리로 지정해서 귀금속과 자수 전시장과 가게들을 유치했다. 일본 구라시키 분위기를 내려고 했던 듯 한데, 살짝 산만한 느낌이었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집들이 많았다. 

 

얼마전 종묘와 창경궁이 이어졌다. 이어졌다고 해봐야 도로 대신 구름 다리를 넘는 수준이지만, 마음이 좀 더 편한 산책이 됐다. 덕분에 서순라길을 알게 되기도 했다. 서순라길은 종묘의 왼쪽 담장길을 따라 내어 있다. 

 

정독도서관

 

일제 시대에 생긴 첫 중등교육기관 경기고등학교의 본관으로, 김옥균의 집터에 박제가와 서재필의 집까지 합쳐졌다. 3층 건물 세개 동이 연이어져 있다. 강남 개발과 함께 경기고등학교가 한강이남으로 내려간 뒤 도서관으로 변경되었는데, 운동장 자리에 조경이 되어서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로도 사용되는 듯했다. 80년이 넘은 건물이어서 리모델링에도 여전히 낡은 느낌이었지만, 이용에 크게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국내 대표 도서관(?)답게 문화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도 상당수 준비되어 있었고, 특히, 모든 성씨의 족보들을 모아 놓은 것이 신기하다. 아마도 어딘가에 내 이름도 있을텐데, 무슨 파인지 몰라서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ㅎ

 

모모스커피 (아트선재센터)

 

2019년 월드바리스타대회에서 우승한 전주연씨가 운영하는 모모스 커피가 약 한달간 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는 소식에 일부러 찾아갔다. 2003년 우승자 폴바셋을 배출한 대회라고 하면 이해될까. (사랑하는 커피리브레와 마찬가지로) 모모스 커피는 주기적인 중남미와 아프리카 출장을 통해 품질 좋은 커피를 직거래로 수입한다. 얼마전 부산에 다녀왔지만, 해운대에서는 좀 멀어서 포기했는데, 아트선재센터 한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주문 받으시는 분이 환한 웃음으로 너무 반갑게 맞아 주셔서 기분도 좋아졌는데, 집에 돌아와서야 그 분이 전주연 바리스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커피컵에 싸인이라도 받을걸. 언제 만날지 몰라 좀 비싸지만 게이샤 핸드드립 주문. 솔직히 한 모금에서는 잘 몰랐고, 두세 모금에 맛을 느꼈다. 모기만 안 물렸으면 완벽한 흥분이 될뻔. 10월 2일까지니 서두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