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조용히 사라져갔지만, '라스트듀얼:최후의결투'는 글라디에이터로 유명한 리들리스콧 감독의 작품이다. 게다가 맷데이먼, 애덤드라비어, 벤애플넥 등 출연진도 화려한데, 시대극이라는 한계도 있고, 듄, 베놈2, 이터널스와 개봉시기가 비슷했던 것도 흥행에는 영향을 주었던 듯하다.
영화는 마지막 결투가 이루어진 배경을 세 명의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장 드 카주르는 권력자는 아니지만 봉건영주의 아들이자 후에 기사가 되는데, 모시는 영주 피에르 백작의 눈에 들지 못한다. 결국 친구 자크 르 그리에게 장인과 아버지의 영토를 모두 빼앗겨서 피에르와 르 그리에 대한 감정이 좋지 못하다. 아내가 르 그리에게 추행 당했다며,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결투를 승인받고자 한다.
르 그리의 이야기는 다르다. 마르그리트는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맹인 카주르와 대화를 할 수 없는 마르그리트는 자신을 거부하는 척 했지만, 강간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작가가 '진실'이라고 말한 마르그리트의 이야기가 있다. 르 그리와 대화를 재미있게 했지만 그뿐이다. 남편을 결투하게 만든 다른 이야기가 있다.
중세의 신분
마르그리트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지지만, 시대 상황에서의 한계는 명백했다. 농장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지만, 농노들은 오직 지식이 부족한 카르주의 지시만을 따라야 한다. 카르주가 다스리는 땅에서는 소출이 항상 부족하다. 성추행을 당했을 때도 인권 차원에서 항의하기보다는 남편의 '재산'이 침해된 것으로 간주된다. 마르그리트가 남편이 결투하도록 부추기는 이유기도 하다.
형편이 더 나아보이는 마르그리트는 왜 카루즈와 결혼하는가? 우선 여성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다. 귀족이라 해도 차남들은 물려받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단 결혼하려는 여자에 비해 선호되는 남성의 수는 훨씬 적었다. 20대 초반의 여자와 30대 장남의 결혼이 흔했는데, 남자들은 전투로 많이 죽기 때문에 그 비율은 더 차이가 나게 된다. 카루즈는 이미 결혼을 했던 적도 있지만, 장남이고 성주의 아들이어서 좋은 결혼 상대였던 것이다.
카루주는 귀족이지만 피에르 백작에게 충성을 맹세(오마주)한다. 다만, 계급상의 차이가 있을지라도, 둘의 관계는 땅의 권한을 승인하고 세금과 부역을 제공하는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카루주는 가끔씩 피에르에게 따져 묻기도 한다. 오히려 계급의 차이는 기사(나이트)냐 아니냐(스콰이어)의 차이로, 스코틀랜드 전투 이후 카루주는 기사가 되지만, 옛친구 르그리는 여전히 스콰이어에 머문다. 카루주는 기사가 된 뒤, 르그리에게 'Sir'를 붙이라고 명령하기도 한다.
중세의 결투
왜 결투를 해야만하는가? 성추행의 유무는 물증으로 확인할 수 없다. 증거 없는 사건의 전말은 오직 하나님만 알고 계신다고 생각한 중세인들은 결투를 통해 하나님의 진실을 알려주시는 것이라 믿었다. 결투라는 것이 사실 미개한 게르만족의 풍습 중 하나였는데,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지속되어왔다. 13세기에 인노첸시오 3세가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결투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을 명령하였으나 통하진 않았다. 라스트듀얼의 결투도 14세기가 배경이며, 파리고등법원이 승인했다. 16세기에 트리엔트 공의회를 통해 정식으로 금지하는 교령을 내려, 결투하는 이들 뿐 아니라, 참관인의 재산까지 몰수하도록 하였다.
잔혹한 이 전투가 나름 신사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있는 이유는 괴상한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창과 방패로만 시작하되 피하지 않고 상대방을 넘어뜨려야 한다. 바닥에 내려온 뒤에는 검과 단검 정도만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금지조치가 내려졌으나, 관습적으로 계속되다가 19세기의 영국에서의 결투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영화의 부스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웨스트사이드스토리] 푸에르토리코 (0) | 2022.03.12 |
---|---|
[코다] Child of Deaf Adult (0) | 2022.02.22 |
[운디네] 유럽의 4대정령, 베를린 궁과 훔볼트 포럼 (969) | 2021.12.08 |
[이터널스] 길가메시 서사, 테노치티틀란 (4983) | 2021.11.14 |
[레미제라블] 프랑스의 무슬림 이민자들 (1) | 2021.10.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