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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스러기

[이터널스] 길가메시 서사, 테노치티틀란

by 마고커 2021. 11. 14.


배우 마동석이 출연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법스 페이즈 4의 첫번째 작품 '이터널스'. 노매드랜드의 클로이자오의 판타지물이어서 더 관심 받았다. 

 

우주는 창조주 아리셈이 셀레스티얼로 창조했다. 뭐 간략히 '태초의 빛'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데비언츠들이 지적 생명체를 잡아먹자, 아리셈은 이터널스를 지구로 파견보낸다. 그들의 임무는 기원전 5세기경부터 1500년대까지 이어지지만, 아리셈으로부터 복귀하라는 명령은 내려지지 않는다. 지구인처럼 수세기를 살고 있던 그들에게 데비언츠가 다시 나타난다. 더 이상의 얘기는 스포일러가 되어서 여기까지.. 

 

지구와 우주의 탄생은 성경의 플롯을 따라가지만, 뒷 얘기들은 곰곰히 생각하면 우주의 생성과 소멸에 관한 과학적 상상력이 풍부하다. MCU답지 않게 액션 비중이 크지 않지만, 오히려 이터널스의 드라마와 사연들이 영화를 더 힘있게 끌고 간다. 마동석의 연기는 살짝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지만.

 

길가메시

 

영화에서는, 소녀의 모습으로만 존재하는 스푸라이트에 의해 길가메시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바빌론에서. 그저 이터널스중의 한명인 길가메시(마동석)를 소재로 탁월한 이야기꾼이 지어내는 것처럼 나오지만, 모두 알다시피 길가메시는 바빌론의 유명한 신화다. 길가는 늙은이 혹은 조상을 의미하고 메시는 젊은이를 뜻한다. 늙은이가 젊어지지 못하고, 젊은이가 늙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라고. 

 

수메르 신화에서 우르크는 대홍수 뒤에 세워진 두번째 왕국이다. 그 곳의 왕인 길가메시는 신들이 하늘의 황소 엔키두를 죽이는 것을 보고, 죽음은 자신에게도 예외일 수 없음을 깨닫는다. 길가메시는 생명의 땅을 찾아 나서고 태양신 우투의 도움을 받아 7개의 산을 넘어 우트나피쉬팀(대홍수 때 살아남은 인간으로 노아와 유사 캐릭터)을 만나 불로초를 얻는다. 하지만, 도중에 뱀이 불로초를 훔치고 길가메시는 빈 손으로 왕국으로 돌아온다. 길가메시는 잠깐 낙망하지만, 죽음은 피하는 것이 헛됨을 인식하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영화 중반을 좀 지나 테나를 구하다 길가메시는 죽는다. 다만, 마동석이 인터뷰에서 밝혔듯, 그는 여러편의 영화 출연을 계약했고, 아마도 부활 혹은 다른 형태로 지속 출연할 예정이라고. 죽음을 받아들이지만 동시에 그것을 인식한 존재가 길가메시이기에 적합한 설정이라 생각된다. 

 

테노치티틀란

 

인간에 깊은 애정이 있던 이터널스 드루이그가 크게 낙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인간들 사이에 무자비한 학살이 벌어지는 테노치티틀란의 현장. 원작인지 영화의 설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터널스가 얼마나 인류사에 공을 들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테노치티틀란은 현재의 멕시코시티. 13세기부터 300년 넘게 지속된 제후국 테노치티틀란에 의해 통일된 아즈텍 문명의 수도이다. 전체 인구는 5~600만이었고, 수도 테노치티틀란의 인구만 해도 20만이 넘었다. 이는 당시의 영국과 런던의 인구보다도 많은 것. 지구 어느 세계 못지 않은 문명국가였으나, 스페인의 코르테스와 660명의 부하들에게 함락당한다. 

 

간혹, 천연두에 의해 일시적으로 망한 것처럼 이야기(ex. 총균쇠)되고 있지만, 660명이 20만 인구를 일시에 제압하는 것은 무리다. 집단 면역에 걸릴 때까지 인구가 사라져도 몇만정도는 남을테니까. 코르테스는 멕시코에 상륙하자마자 작은 부족들을 총칼로 위협하며 복속해 나갔고, 테노치티틀란의 목테수마 2세와 대면한다. 속임수를 써 목테수마를 인질로 잡고 황금을 받아내지만, 목테수마는 (이해 안되지만) 여전히 그에게 호의적. 하지만, 어느 연회에서 스페인 군인들이 아즈텍의 신하들을 죽이자 제국의 사람들은 이들에 호전적으로 변하고 목테수마도 주민들이 던진 돌로 죽는다. 코르테스의 군대도 절반으로 줄은 상태로 간신히 탈출한다. 하지만, 곧 스페인군의 충원을 받고 주변 부족들을 제압해 가며 세력을 20만까지 키운다. 천연두가 한몫하긴 했지만, 어쨌든 군사력에 의해 제국을 무너뜨리게 된다.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은 어찌 보면 인류, 작게 보면 세계의 강자와 약자를 나누는 상징적 사건이다. 드루이그가 낙망한 것은 치열한 전투와 살육 외에도, 인간들 사이의 차이와 차별을 만드는 행태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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