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의 부스러기

[운디네] 유럽의 4대정령, 베를린 궁과 훔볼트 포럼

by 마고커 2021. 12. 8.


도시 역사가이자 박물관 가이드 운디네는 연인 요하네스로부터 이별을 통보받고 말한다.

 

나를 떠나면 너를 죽여야해. 잘 알잖아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으면 연인을 죽이고 돌아가야하는 물의 정령 '운디네'처럼 요하네스에 경고하지만, 요하네스의 자리는 비어진다. 다시 홀로 물로 돌아가야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어항은 깨지고 산업 잠수사 크리스토프와 함께 물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과 옛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에는 속임수가 있으며, 이것은 마치 역사는 발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드는 유달리 물에 집착한다고 알려져 있다. 전작 '트랜짓'은 항구도시를, 그리고 운디네는 호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기능에 따라 재건되는 도시 베를린에 아무리 옛 영광을 다시 돌려 놓아도 뭍에서는 모든 것이 변한다. 하지만, 물은 다르다. 여전히 과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으며, 하물며 그 흔적들은 축적된다. 마치 크리스토프가 물로 돌아간 운디네를 유일하게 조우할 수 있는 곳인 것처럼. 

 

유럽의 4대 정령

 

엠페스토 클레스가 처음 주장했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보완한 지구상의 4대원소. 축축함, 건조함, 뜨거움, 차가움을 상징하는 물, 흙, 불, 바람이 그것으로 고대 유럽인들은 이 각각에 정령이 있다고 믿었다. 불의 정령은 살라만더(Salamadre, 맞다 그 고급 유럽 창틀 브랜드), 흙의 정령은 노움(Gnome, 우린 그놈이라고 읽지만), 그리고 널리 알려진 엘프는 바람의 정령,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주인공 운디네가 물의 정령이다. 

 

살라만더는 가죽이 타지 않는 도룡뇽으로 겨울잠을 자다가 나무에 딸려 불에 던져졌을 때 갑자기 튀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불의 정령으로 여겨졌다는 설이 있다. 노움은 땅 속에 살면서 보물을 지키는 요정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령의 이름을 붙인 파라켈소스가 임의로 만들어낸 캐릭터라 판타지물에서는 '드와프(Dwarf)'가 난쟁이 역할을 대신하는 바람에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고.. 엘프는 북유럽의 '알브'에서 온 인간과 유사한 요정으로 톨킨에 의해서 최애 캐릭터로 유명세를 탔다. 

 

마지막으로 운디네.. 물의 요정으로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인간에 된다. 하지만 운디네를 매혹할 남자라면 다른 여자에도 인기 있는 법. 남자들은 대개 바람을 피고, 운디네는 그를 죽이고 물로 돌아가야 하는 캐릭터다. 

 

베를린 궁과 훔볼트 포럼

 

한자 동맹의 상업도시로 성장한 베를린은 독일의 수도로 제국주의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2차대전후 초토화가 되고 그나마도 4대 열강에 의해 둘로 나뉘는데, 어처구니 없게도 서독의 영토로 부터 엄청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서베를린은 동독 안의 섬 같은 도시가 된다. 

 

동베를린은 국가주의 영향으로 과거의 궁전이나 유물들이 파괴되면 복구하지 않고 '공화국궁'을 새로 지어 활용했다. 기능만을 중시해 얼마나 대충 지었던지, 석면이 과다 검출되었고, 통일 후 그 자리에 베를린궁을 다시 세우기로 결정한다. 왕족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여서, 영화에도 등장하는 훔볼트 포럼이 베를린궁을 활용하기로 하고 여러 박물관에 흩어져 있던 전시물들을 통합전시하기로 한다. 

 

영화에서 훔볼트 포럼을 까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제국주의와도 관계가 있다. 기껏 제국주의와 사회주의에서 벗어났는데, 훔볼트 포럼은 외양만 제국주의 시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시에 있어서도 식민지관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비판을 받았다. 이를테면, 한국전시물은 180여점, 그것도 재독 예술가의 도자기 정도가 전부인데, 중국이나 일본의 전시물은 1.3만여점에 이른다고 할 정도로 각국의 역사에 무지한 채 손쉬운 전시물 확보에만 몰입했다. 식민주의 반성을 모토로 내세우면서도 말이다. 다만, 최근 재독 한국문화원의 노력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