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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스러기

[레미제라블] 프랑스의 무슬림 이민자들

by 마고커 2021. 10. 10.


영화는 201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부터 시작한다. 몽페르메유의 아이들은 단체 응원을 위해 몰려들어 킬리앙 음바페와 우스만 뎀벨레 중 누가 더 나은지 목소리 높인다(불성실한 훈련 태도로 데샹 감독에게 찍혀 뎀벨레는 출전 못한 것이 함정). 음바페, 포그바, 그리즈만의 골로 프랑스의 무지개팀(그리즈만조차도 독일-포르투갈계)은 우승하고 사람들은 개선문으로 몰려나와 라마르세예즈를 부른다. 

 

 

교외지역에서 방리유(파리에서 가까운 무슬림 이민자 밀집 지역의 통칭) 지역으로 전근 오게 된 스테판은 동료 크리스와 그와다로부터 프랑스에서 생각하기 힘든 현실을 듣는다. 매춘 시장에 뛰어든 여성들이 많아서 10~20 유로까지 내려왔느니 하는..

 

경찰서에 도착하자 생닭을 훔쳐 붙잡힌 소년 '이사'는 후에 서커스단에서 아기 사자를 훔친다. 집시 서커스단원들은 분개해서 무슬림 지역에서 소리치고 경찰들은 대신 사자를 찾아주겠다며 싸움을 말린다. 이사를 체포하는 도중 그와다는 고무탄환으로 이사를 실신시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슬림의 자치 시장, 범죄 조직, 시위 주동자들과 대면한다. 

 

프랑스인 절대 다수에 속하는 스테판이지만, 방리유 지역에서는 예외다. 피의자의 권리,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그저 쭈볏거릴 뿐이고, 범죄자로부터 뇌물을 받는 크리스는 오히려 대담하다. 지역 출신인 그와다는 내적 갈등(스테판은 고무탄환이 절대 실수로 발사되지 않는다며 옳은 행동을 하라고 그와다를 다그친다)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뿐이다.

 

평등, 박애, 자유를 주장하는 프랑스인의 전형 스테판을 두고, 2005년 시위의 주동자 '살라'는 말한다. '너를 믿고 싶지만 분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프랑스의 무슬림 이민자들

 

2차대전 이후 부족한 노동력 충당을 위해 프랑스는 북유럽, 중동에서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인다. 상당수는 돌아갔지만, 남았던 그들의 2,3세는 점차 늘어 어느덧 프랑스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평등과 박애를 국가의 모토로 삼고 있는 프랑스지만, 최근 극우주의 성향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펜은 2002년 선거에서 결선에 올라 천만표를 얻을 정도로 보수적 성향이 강해졌다. 전체 대졸 인구의 실업율은 5%에 불과하지만, 이민자 대졸 인구의 실업율은 무려 24.5%에 달할 정도로 차별은 극심하며, 서류 심사에서 무슬림계 이름을 갖고 있으면 통과가 쉽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은 제대로 된 공적 교육을 받지 못하고 마치 탈레반(원래 경전을 공부하는 학생집단을 의미했다)처럼 가가호호 모여 원리주의 이슬람 교육을 사적으로 받게 되면서 점차 사회와 서방에 대한 분노를 키워갔고, 최근 마크롱 대통령은 아이들에 사적 교육을 할 수 없도록 조치를 내렸다(충분한 공적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면서).

 

인종간 갈등이 심해질 무렵, 이를 잠재운 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지네딘지단(알제리계), 티에리앙리(서인도제도계), 마르셀 드사이(가나계) 등 블랙(흑인)-블랑(백인)-뵈르(북아프리카계)가 잘 어울러져 정체성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1998 프랑스 월드컵팀 (출처: 로이터)

 

하지만, 결과는 위에 기술한 장마리르펜의 득세. 엎친데 덮친 격으로 2005년 방리유 지역에서 경찰에 쫓기던 터키계 소년 두명이 변전소에서 감전사하는 사태가 벌어진다(영화에서 이사가 고무탄환에 맞는 것과 유사하게). 이민자들은 분개하고 8일동안 시위를 이어나가지만 정부의 강력한 시위주동자 단속으로 마무리되고, 이는 잊혀진다(스테판은 2005년의 분노와 대립이 실제적으로 가져온 것이 없다며 살라를 설득한다).

 

나아지지 않는 차별 속에서 터진 일이 2015년 샤를리-에브도 사태. 무함마드를 희화한 만평으로 테러를 당해 12명이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밝혀졌는데, 알라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는 이슬람인들에게 무함마드를 우습게 그렸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가 되는 것이었다(방리유 지역의 이슬람은 원리주의 성향의 '무슬림형제단' 계열이라고 영화에서는 언급한다). 

 

프랑스 헌법 1조 '라이시테(세속주의)', 즉, 종교와 정치의 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프랑스의 헌법에서 종교를 풍자하거나 조롱하는 신성모독의 행위도 자유로 인정된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테러를 강력히 비난하고 이에 맞설 것임을 선언하지만, 프랑스의 또다른 가치는 '똘레랑스'.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불문율을 샤를리-에브도가 먼저 깨트렸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프랑스를 다시 하나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되었던 것이 2018년의 러시아 월드컵. 21명의 선수중 18명이 유색인으로 구성되었다(일본이 나 중국처럼 선수를 귀화시킨 게 아니다). 음바페와 포그바, 캉테 등 주축 멤버들의 고른 활약(But, 그리즈만이 MVP) 덕분에, 프랑스는 20년만에 트로피를 가져갔지만, 프랑스 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 선수단 (출처: 이데일리)

 

도돌이표가 이민자에 대한 차별 때문인지, 이슬람 원리주의의 과격한 성향 때문인지는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이다. 

 

※ 폴포그바, 카림벤제마, 은골로캉테, 우스만뎀벨레(이 놈은 그리즈만과 함께 아시안 차별로 유명하다), 프랑크리베리 등이 방리유 지역에서 태어났고 무슬림이다. 킬리앙음바페, 앙토니마르시알은 카메룬과 멕시코 과달루페 출신으로 카톨릭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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