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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여기저기/명소

[전시] 스페이스 K - 헤르난 바스 전

by 마고커 2021. 5. 23.


이제 다음주면 서울 스페이스K의 <헤르난 바스> 전시회가 끝나는데, 너무 늦은 포스팅이 아닌가 싶다. 다만, 마곡에 생긴 스페이스K는 서울 강서 지역의 거의 유일한(?) 미술 전시관임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 소개하고 싶었고, 게다가 <한반도 오감도>로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건축가가 이끄는 <매스스터디스>의 작품이기도 하다. 그다지 웅장한 건물은 아니지만(오히려 작은 건물에 가까운), 사우스케이프에서 느꼈던 공간감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곳이지 않았나 한다.

 

 

사진을 좀 성의 없게 찍긴 했는데, 단순한 1층짜리 건물이다. 위에 숙녀분들로 알 수 있듯이 건물의 윗면은 개방되어 있고, 작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코로나로 공연은 없었고, 앞으로 할 지는 잘 모르겠다). 넓은 공간에 단순한 형태여서 공사 개시 후 오래지 않아 완공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길건너 엘지아트센터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듯).

 

 

안에서는 이런 모습이다. 힌다리 공원 안에 있어서 빽빽한 오피스 빌딩 사이에서도 편안한 시야를 보여준다. 

 

 

지붕 사이마다 천창을 마련해 두었는데, 실내 조명이 많지 않았음에도 전시 감상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면서도 꽤 환한 공간감을 주었다. 겉에서 보면 윗면이 낮아보여 답답할 듯 했지만, 사선의 지붕구조여서  전시 공간의 높이는 (낭비라고도 생각될 만큼)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건물 내에 미리 마련해 둔 파티션은 따로 없었고, 전시마다 성격에 맞게 파티션을 설치해 두는 듯 한데, 그리 큰 공간이 아니어서 꽤 영리하다는 느낌이었다. <헤르난 바스> 전처럼 작품이 많지 않을 때는 사람들 간의 동선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헤르난 바스 - 모험, 나의 선택 (Choose Your Own Adventure)

 

1978년생의 쿠바계 마이애미 출생 작가는 꽤 어린 나이부터 주목을 받았다. 20대 중반부터 LA현대미술관,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 전시하였고,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이 그의 작품을 구매하여 소장하고 있다. 이렇게 이름 날린 작가라면 예술가의 긱스러움이 넘쳐 흐를 것이라 생각했으나, 전시회장에서 보여주고 있는 동영상에 따르면 이 시대의 젊은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로 SF나 자연에 관한 키워드가 하나 떠 오르면, 유튜브와 구글을 통해 정보를 취득한단다. 그 흐름이 하나로 만들어지면 실제 그림 그리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아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라, 아침 먹고 출근해서 오전에 사무적인 일들을 처리한 후, 점심 먹은 뒤 오후에 작업하고 저녁때쯤은 집에 돌아와서 TV(주로 예능)를 본다고(이렇게 해도 잘할 수 있구나!). 그래서인지, (아무도 관심 없고, 설명해도 모를 것 같은) 심오한 자의식에 침잠하기보다는, 키치적 요소를 담고 있는 그림이 많았다. 

 

<젊은이와 바다>

 

누가봐도 노인과 바다를 패러디했을 것 같은 소재에 웃음지을 수 있는 이 작품은, 상어에 청새치를 빼앗긴 노인의 복수(상어를 태우고 있다)를 상상한 그림이라고. 뒤에 알았지만, 배의 이름 마놀린(Manolin)은 노인과 바다에서 부모의 반대를 배를 타지 못한 아이의 이름이라고 한다. 

 

<팝콘 목걸이>

이게 뭔가 싶었는데 팝콘이어서 갈매기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헤르난 바스는 이 세상에 기괴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다고 하며 소재의 고갈을 염려하지 않는 듯 한데,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 웃음이 났다(갈매기 서식지에 잘못 들어가 도망친 기억 ㅎㄷㄷ). 

 

<플라스틱 미끼>

상자속의 플라밍고를 보고 미끼임을 알아차렸는데, 정작 문제는 흰 플라밍고. 친구들인 줄 왔다가 그물에 갇히고 말았다. 멀리서 왔지만, 막상 꿈을 이루기 어려운 '아메리카 드림'을 나타낸다고 어느 블로그에서 봤지만, 쉽게 수긍가진 않는다. 

 

<길 앞의 금, 은, 동 - 정확하지 않음>

 

긴 대작들도 많고, 크게 난해하지도 않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전시였다. 동네에서 멀지 않으니 스페이스K 전시는 바뀔때마다 한번씩 들러야겠다는 생각. 강서구민은 20% 할인도 된다. 

 

 

볼거리 ★★★★☆

가격 ★★★☆ (입장료 5천원, 강서구민 1천원 할인)

방문가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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