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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스코틀랜드] 스카이섬의 대자연

by 마고커 2020. 3. 23.


호수가 만든 에일리 도난 성

 

북부 스코틀랜드의 유일한 목표는 스카이섬이었으나,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가는 길 곳곳을 즐겨도 좋다. 렌터카 여행이 아닌 여행사를 이용하게 되면 거의 Rabbies를 이용하게 될텐데, 중간중간 이 회사에서 운행하는 마이크로버스를 만날 수 있고, 이들이 잠깐 정차하는 곳은 어김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이럴 거면 그냥 Rabbies를 이용해도..?)

 

날씨가 잠깐 좋아졌을 때 운 좋게도 '원빈소'라고 우리나라에 애칭이 있는 '하이랜드 캐틀'을 만날 수 있었다. 춥고 비바람이 많은 기후 특성 때문에 털을 복슬하게 가진 형태로 진화했는데, 잘생겨지는 데는 역시 '머리발'만한게 없다. 별로 움직이지 않는 건 전세계 소들의 공통 특성인 듯.

 

 

인버네스에서 차량으로 두시간 정도면 스카이섬 가기 전의 유명 관광지인 에일리 도난 성에 도달할 수 있다. 아일랜드의 수도사 에이그 도난(Eigg Donan)이 정착해서 '도난'이라는 이름을 갖게된 섬에 세워진 성으로 세 개의 호수로 둘러쌓여 있다. 이는 바이킹의 침략으로부터 방어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였고, 북부 스코틀랜드의 많은 내전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성을 유명하게 만든건 섬에 있다는 그 자체로 20세기 초 다리가 연결되며, 오히려 은밀한 이미지까지 갖추었다. 007시리즈에선 MI6의 스코틀랜드 본부로 활용되었다고. 

 

 

날씨가 그다지 좋지는 않아서 성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크지 않았지만, 매표소 근처 카페에서의 스콘, 커피와의 분위기가 잘 맞았다.

 

 

여행은 날씨가 반.. 아니 전부일지도.. 올드맨 오브 스톨

 

스카이섬 여행을 계획할 때는 이 모습만 머리에 그렸다.

Storr의 노인은 저리다 당당한 모습으로 호수와 바다를 바라봐야만 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렇게 불쌍한 모습으로 뭐라도 남겨야만 하는 것이었다. 금새 그칠 것 같은 비는 위로 오를 수록 점차 세어지고, 아내의 한발 한발은 더디어질 수 밖에 없었다. 호수는 커녕 바로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암석 바로 앞에 가서야 그 형태만 간신히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다시 새기지만, 그래도 앞으로 언제 이러고 놀겠냐 싶기도 하다.

 

 

요정의 영험함을 느끼는 곳 - 페어리 글렌

 

Fairy Glen은 사실 계획된 곳은 아니었다. 전날 The Old man of Storr에서 날씨의 공격을 받아 스카이섬을 제대로 즐기지 못해 실망하고 있던 차에, 여행 준비 중에 이름 정도는 들어 본 Fairy Glen이 표지판에 나타나 일단 잠시 둘러보기로 한 것 뿐이었다.

 

사실, 이 곳은 요정의 이야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한다. 주변의 던베건 성에 '요정의 깃발'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지만, 그저 정상에 울퉁불퉁하고 곳곳에 남아 있는 연못 흔적들이 마치 요정이 살았을 것만 같은 분위기라서 그런 이름이 남겨졌다고 한다.

 

 

하지만 어떠랴. 아내는 드디어 외계인 혹은 요정과의 접신을 시도하기 시작했고 전날의 기분은 훌쩍 날려버릴 수 있었으니 요정의 영험함은 이미 통한 것이리라.

 

 

그 뿐인가. 드디어 나는 하늘을 나는 법을 깨달을 수 있었고 굳이 자동차 따위는 필요하지 않은 경지에 이른다. 

 

그러나,

 

아내가 접신한 나선 모양의 지형과 돌들은 원래 있던 것은 아니고 관광객들이 지명에 맞게 만든 것이라고, 현지인들은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을 남기고 싶어서 매번 돌들을 치우느라 힘들다고 한다. 접신하기 위해 꼭 성황당이 필요한 건 아니다. 

 

자연보호합시다.

 

 

스카이섬은 퀴랑이 다한다

 

소위 말하는 '영국날씨'가 계속되어서 좀 아쉬웠지만, 위그지역에서 스태핀 지역으로 넘어가는 곳에 위치한 퀴랑은 오히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주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아래의 사진들을 남겨 주었는데, 퀴랑의 웅장함과 비현실적 풍경은 (당연히) 사진에 담기진 않는다.

 

화산이 폭발한 지형 사이로 빙하들이 수만년을 지나가며 갈고 닦은 북유럽에서나 만날 수 있는 지형이라고.. 따뜻한 북해의 영향으로 사시 사철 푸른 목초가 옷을 입혀 스카이섬의 광경은 완성된다. 마치 석공이 큰 돌을 깨고 하나 하나를 매끈하게 다듬는 것과 같다. 

 

 

퀴랑에서 두 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많은 이들이 트레킹하고 있었는데 무척 부러웠다. 날씨가 아주 좋지는 않았고 다음 숙소에 해지기 전에 도달해야하는 단기 여행자는 마음이 가는대로 머물 수는 없다. 스카이섬 여기저기 너무 아름답지만, 오직 한 곳 퀴랑 한 곳에 오래 머물러도 좋을 듯하다.

 

퀴랑을 떠나는 한걸음 한걸음이 아쉽다.

 

 

작은 모허 절벽 - 킬트락

 

스코틀랜드 전통 치마인 킬트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현무암이 풍화에 세로로 쪼개지며 만들어진 지형일텐데, 생각보다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다. 특히나, 아일랜드의 모허절벽을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괜찮은 사진이 있지만, 너무 유명해지면 곤란할 것 같아서...

 

 

뷰가 정말 좋은 게스트 하우스 

 

에일린이 운영하는 이 게스트하우스는 3개의 방이 있다. 좀 더 일찍 예약하면 방에서도 뷰가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거실에 앉아 조식을 바라보는 풍경은 어느 특급 호텔 못지 않다. 게다가 제대로 된 스코티쉬 블랙퍼스트(사실, 아이리쉬 블랙퍼스트,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를 구별하긴 힘들다)를 즐길 수 있는데, 단언코 여행 중 이 날 아침이 최고였다. 

 

 

올드맨스톨에서 젖은 옷가지를 말리느라 고생 좀 했지만, 스카이섬에 간다면 무조건 에이린의 집에 머물러야 한다.

 

머문 날은 마침 내 생일이었는데, 아내가 즉석 미역국과 햇반을 준비해와서 축하해 주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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