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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부스러기

[파벨만스] 스필버그가 명장이 되기까지

by 마고커 2023. 3. 27.


영화 파벨만스는 거장 스필버그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런데 영화의 주인공 사무엘 파벨만이 아닌 파벨만의 가족 '파벨만스'가 영화 제목이다. 즉, 78세에 이르러서야 풀어 놓은 숨겨온 그의 이야기다.

 

 

솔직히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가 전작 더포스트나 레디플레이어원만큼 좋은 영화라고 보기 어려웠다. 이제 이전의 날선 감각과 시대와의 호흡은 사라졌구나 싶었을 때, 가족이라는 치트키를 사용한다. 7살의 나이에 세실 드밀의 '지상 최대의 쇼'에 빠져 카메라를 들기 시작한 파벨만에게 아빠 버트는 취미는 적당히 하라고 충고하지만, 합리성보다는 직관을 믿는 엄마 미치는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라며 샘에게 8mm 카메라를 쥐어준다. 

 

버트는 RCA, GE, IBM을 거치는 천재적 공학자, 미치는 포기했지만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 하지만, 돌아가신 외할머니 때문에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찍은 캠핑 필름에서 엄마가 아빠 친구 베니와 깊은 관계에 빠졌음을 샘을 알아챈다. 버트의 직장 IBM 때문에 캘리포니아로 가족이 이사하며 모든 것이 비밀에 묻힌 듯 했지만, 미치는 그녀를 웃게하는 베니를 잊지 못해 피닉스로 돌아간다. 

 

영화도 예술인지라 한없이 직관에 가깝게 보이지만, 기계에 익숙해야 하고, 무엇보다 팀플레이다. 미치의 직관을 물려받았지만, 감독이 될 수 있는 자양분은 버트에게도 못지 않게 물려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어린 시절 만든 서부극 총격장면을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필름에 구멍을 뚫지 않던가!

 

두권의 전기에서도 엄마의 외도는 다루지 못했다고 한다.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일텐데, 엄마가 2016년, 아빠가 2020년에 돌아가시면서, 그가 평생을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되었다. 뮌헨때부터 스필버그의 극본을 써온(스필버그는 20년동안 집필하지 않았다!) 토니 커쉬너는 스필버그 자신의 이야기를 꼭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16년을 설득해 왔다고 한다. 파벨만스가 위대한 영화가 된 것은 솔직하기도 했지만, 비극을 우아한 영화로 만든 천재 창작가의 솜씨, 그리고, 비극적 상황에서도 그의 꿈을 응원한 가족 덕분이기도 했다.

 

내 평점: ★★★★

 

* 스필버그의 극중이름은 샘 파벨만이다. 그의 유대 이름이 슈무엘, 즉 사무엘이기 때문이고, 파벨(fabel)은 연극에서 스토리를 요약하는 것, 혹은 우화를 말한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무엘, 이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 이 영화를 위대하게 만든 또 하나의 요인은 배우들이다. 미셰 윌리암스와 세스로건은 '우리도 사랑일까(take this waltz)'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는데, 무엇보다 '데어윌비블러드'에서 1인 2역을 하며 미친 양면성을 보여준 폴다노는 감정을 절제하며 갈등하는 아버지 연기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게다가, 신예 가브리엘 라벨은 어린 스필버그의 갈등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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