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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K-MOOC 세 문명 이야기: 중세 지중해 교류사

by 마고커 2021. 6. 15.


최근 조승연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조승연의 탐구생활'을 재밌게 보고 있던 차에, 유럽의 역사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K-MOOC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이화여대 남종국 교수님이 강의하는 '세 문명 이야기: 중세 지중해 교류사'를 신청하였다. 사실, 과정들을 브라우징하다가 맘에 드는 강의가 또 있어 2~3개 더 담아 두었으나, 회사 생활하면서 몇 개의 강의를 듣는건 좀 무리가 되었다. 그만큼 강의 자체가 겉핧기가 아닌 제대로 된 것이 많다. 

 

K-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2015년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170만명이 이용했고, 주로 대학에서 강의한 고급 컨텐츠를 9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참여하고 있는 기관도 140개가 넘는다고 한다. 900개라는 컨텐츠가 작아보일 수는 있겠지만, 대학의 스튜디오에서 대본을 갖고 참여한 고급 컨텐츠라는 점을 비추어볼 때, 시간이 없어 못 듣지 컨텐츠가 없어서 못 듣지는 않을 듯. 2018년부터 과거의 컨텐츠도 청강할 수 있게 되어, 조선대 신형철 교수의 강의를 포함해 몇개 더 담아두었다. 학점 이수제를 두고 있으나,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관심가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라는 것에 초점을 두면 훨씬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을 듯 하다. 

 

다시 과정으로 돌아오면, '세 문명 이야기'는 지중해에서 탄생한 세 가지 문명, 즉, 기독교, 이슬람교, 개신교의 탄생과 흥망성쇠, 그리고, 오스만투르크의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콘스탄티 노플이 점령될 때까지의 지중해 패권을 다룬다. 물론 이슬람 점령 뒤에도 베네치아나 제노바 상인들이 꾸준히 활동했다는 뒷 얘기까지도. 이 부분이 남종국 교수님 강의의 매력이기도 한데, 대부분의 역사책에서 콘스탄티노플 점령 뒤에 지중해 무역은 소멸하고, 대서양으로 패권이 옮겨갔다고 기술하고 있다면, 남교수님은 여러 통계 자료들을 찾아 내어 실제로는 이슬람은 지중해 교역을 막은 적도 없고, 전쟁 후에는 다시 교역이 원상회복되었음을 말하고 있다. 

 

남종국 교수님의 강의는 아래의 거의 모든 지중해의 역사와 사건, 그리고 문화를 다루고 있어, 지중해 여행을 가기 전이나 더 깊은 공부를 위해서 이 강의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1. 지중해의 자연환경과 세 문명의 탄생
  2. 십자군 전쟁으로 대변되는 문명의 충돌
  3. 몽골(더 나아가 고려까지)과의 무역으로 인한 지중해 세계의 확대
  4. 베네치아의 향신료 교역 등 상품 교역의 증가
  5. 순례자들로 대표되는 중세의 종교에 대한 관심
  6. 이슬람 세력의 확대와 레콘키스타
  7. 문명끼리의 교류를 통한 지식의 상호 수용
  8. 그 과정에서 성장한 이탈리아 상인들의 활약
  9. 더 나아가 서양과 동양의 문화 교류

 

<출처: K-MOOC>

K-MOOC의 많은 강의가 그저 파워포인트 띄워 놓고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다. 촬영을 목적으로 기획하고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뒤, 고급 편집자들이 다듬은 느낌이다(얼마전 모교에 방문하니, 그곳에도 촬영 스튜디오가 있더라). 남종국 교수님은 설민석씨 같은 달변은 아니지만, 차분히 중요한 내용들을 할아버지가 옛날 얘기하듯이 들려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가물가물 해 지는 것도 있지만, 흐름은 기억에 남는다. 주차별 과정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퀴즈는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부담되는 과제는 온라인 강의를 그만두게 만드는 요소) 핵심을 잘 정리하고 있으며, 토론 과정에서 조교들의 피드백도 만 하루를 넘기지 않았다. 아!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남교수님 말씀이 살짝 느린편이어서 1.5배속으로 들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 게다가 현재 말씀하고 계신 부분의 스크립트까지 같이 볼 수 있어, 잠시 놓쳤던 부분도 돌아가지 않고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출처: K-MOOC>
<출처: K-MOOC>

남교수님 강의의 또 다른 강점은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역사학을 전공하시다보니, 전공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과 문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특정한 시간에 모시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강의의 특성상, 다수의 다른 전공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K-MOOC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특히, 편견을 갖기 쉬운 이슬람 문화에 대해, 해당 지역에서 유학 온 교환학생을 초빙한 것도 인상 깊었다. 

 

회사에서 마지 못해 듣던 온라인 학습만 접하다가, 흥미와 수준을 다 잡은 고급 컨텐츠를 만나니 (부정적이던) 온라인 학습에 대한 편견을 많이 없앨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남종국 교수님의 '세 문명 이야기' 강의는 (코로나 이후) 유럽 여행 전에 다시 한번 정독해야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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